“최근 부동산 시장 흐름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 사람들이 집의 크기와 상관없이 도심에 거주하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정책당국도 이들 젊은 세대들이 도심에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줘야 합니다.”
김언식(사진) DSD삼호 회장은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심에서 살고 싶은 젊은 계층의 욕구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서울의 집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도시를 지어 외곽으로 확장하는 방식은 지혜롭지 않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일본 도쿄 인근의 ‘다마 신도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다마 신도시는 지난 1971년 입주를 시작한 일본 도쿄 서쪽 35㎞ 부근의 신도시다. 도쿄 신주쿠역까지 철도로 이어진데다 녹지 비율도 높아 꿈의 신도시라 불렸다. 하지만 불편한 도쿄 출퇴근 등 자족시설 없는 베드타운으로서 한계에 부딪히며 지금은 실패한 신도시의 대명사가 됐다. 2000년대 초반 40만명이던 인구는 반 토막이 났고 젊은이들이 떠나 고령자의 비율이 급증했다. 300여곳의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상가는 공실이 가득하다.
김 회장은 “현지에서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왜 출퇴근에 몇 시간을 쓰느냐고 반문한다”며 “일본 젊은 사람들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출산·고령화 등 두 나라 인구구조의 공통점을 보면 미래 한국 청년들의 생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젊은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이 길다는 것은 결국 국가적인 손실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젊은 계층이 적은 돈으로 도심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 회장은 대안으로 ‘토지임대부주택’을 주장했다. 그는 이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개발·재건축 시 용적률을 대폭 완화해주고 늘려준 만큼 소규모 임대주택을 건설하면 된다는 것. 임대주택 토지는 기부채납 받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개발·재건축 조합으로부터 임대를 받는 구조다. 이 경우 조합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받아 아파트 관리비가 저렴해지는 이점이 있고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한 별도의 대규모 예산이 필요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압구정동 한양·장미아파트가 약 60만㎡ 이상의 부지인데 용적률 185%를 300%로 완화하면 약 1만5,000가구를 추가로 지을 수 있다”며 “이 중 50%를 국가가 임대하면 약 7,000가구를 압구정동 일대에서 임대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 요지에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50만가구가량인데 이 중 40~50%만 이런 식으로 공급한다면 25만가구에서 30만가구의 도심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교통난 등 부작용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임대주택으로 늘어날 교통체증과 주차난에 대응해 뉴욕의 맨해튼 아파트처럼 단지 내 임대가구 소유의 차량 주차는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임대부주택 한 가구를 짓는 비용이 1억원 남짓으로 추산할 수 있는데 신도시에 들이는 10조원이면 10만가구를 도심에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추후 슬럼화될지도 모르는 신도시를 짓는 비용으로 소득이 있는 젊은이들이 도심에서 어울려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낫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을 하면 앞으로 수십 년은 그 땅에 손을 대지 못한다”며 “지금이야말로 올바른 주택 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