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계 트렌드 실험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한남동에서도 ‘소설(SOSEOUL)한남’은 가장 ‘핫한’ 모던 한식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소설한남은 열 개 남짓한 테이블에도 그 인기에 예약하려면 한 달이 걸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고객은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 소설한남을 찾아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소설한남은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퓨전 한식을 기반으로 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고급 식당)이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소설한남을 앞세워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첫 도전에 나선다. 미쉐린 가이드의 경우 전년과의 맛을 비교하는 것도 선정의 주요 잣대가 된다. 소설한남이 지난해 7월 문을 연 것을 고려하면 올해가 본격 미쉐린 도전의 원년이다. 이재현 CJ제일제당 회장이 ‘K푸드’를 앞세운 한식의 세계화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소설한남의 미쉐린 도전은 CJ제일제당에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게 식품업계 안팎의 평가다.
소설한남은 단순한 고급 한식당이 아니라 CJ제일제당 내에서 하이엔드 한식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인큐베이팅 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손익으로만 접근하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경우 마이너스를 감내해야 하지만 소설한남은 하이엔드 한식 문화를 개척하는 테스트 매장 역할을 하고 있다. 미쉐린 1스타 ‘품서울’의 오픈멤버이자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모수’의 서울 지점 수셰프로 일하며 경력을 쌓은 엄태철 셰프와 손을 잡은 것도 한식의 프리미엄화를 위해서다.
소설한남의 미쉐린 가이드 도전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한식의 세계화의 연장선이다. 이 회장은 ‘K푸드’의 고급화를 통한 한식의 세계화를 강조해왔다. CJ제일제당이 손익과는 별개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도 이를 통해 한식 프리미엄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평소 임원들에게 “한식은 지극히 하이엔드, 프리미엄 방향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며 “한식이 사실 재료나 조리법 등 그 어느 측면에서도 가장 고급 음식인데 글로벌 시장에서 그동안 그저 외국인에게 ‘불고기’ ‘갈비’ 등으로 한식의 포지션이 애매하게 설정된 경우가 많았다”며 한식의 프리미엄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비비고 역시 한식 세계화를 위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글로벌 전략 브랜드로 만들어졌다.
이재현 회장은 한식의 프리미엄화를 통한 ‘K푸드’ 세계화에 쓴 맛도 경험했다. CJ푸드빌을 통해 글로벌에서 ‘비비고’로 고급 한식 레스토랑으로 외식사업을 선보였으나 CJ푸드빌의 해외사업 적자로 싱가포르, 일본 등지의 비비고 매장을 폐쇄한 데 이어 상징적 의미가 강했던 영국 런던의 비비고 매장도 철수하기도 했다. 실패를 맛봤기에, K푸드 글로벌 전략을 일부 수정하는 등 애정도 더욱 각별하다.
지난 2017년 4월 CJ푸드빌로부터 외식사업을 넘겨받은 CJ제일제당은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실험적인 외식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고가의 가격대로 외식 파인다이닝을 통해 K푸드 프리미엄화에 접목할 수 있는 요소를 살펴본다는 전략이다. 소설한남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 고급 중식을 내 건 ‘덕후선생’, 같은해 12월 광동식 중식인 ‘쥬에’, 올해 4월 일식당인 ‘스시테츠카’를 연달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이 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잇따라 선보이는 것은 셰프 확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프리미엄화를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인적자원인 셰프의 중요성 때문이다. 쥬에는 정통 광동식 요리를 전문으로 연구하며 세계중국요리대회 금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강건우 셰프와 30여년 경력의 딤섬 장인 황티엔푸 셰프가 몸담고 있다. 스시테츠카의 데쓰카 요시히로 셰프는 도쿄 긴자의 유명 스시야 ‘스시 큐베이’를 시작으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스시 장인이다.
식품업계에선 CJ제일제당의 소설한남을 앞세운 미쉐린 가이드 도전에 주목하고 있다. 소설한남이 미쉐린 가이드 스타를 거머쥔 레스토랑의 상징성을 얻게 되면 이재현 회장의 한식 세계화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소설한남과 같은 파인다이닝을 통해 깐깐한 국내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프리미엄 한식을 한식 세계화에도 접목하는 요소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