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악재 속에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었던 제약·바이오주가 다시 한 번 급등했다. 일부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시장의 신뢰를 다소 회복할 만한 소식을 전하면서 주가가 날아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악재 이후 등장한 호재에 투자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며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가 상승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제약·바이오 관련 종목으로 채워졌다. 체외진단서비스 및 제품을 개발·공급하는 랩지노믹스(084650)까지 포함한다면 8개 기업이 헬스케어(건강) 관련 종목이었다.
특히 싸이토젠(217330)·헬릭스미스(084990)·이연제약(102460)·신라젠(215600) 등은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헬릭스미스는 이날 개장 전 “엔젠시스(VM202-DPN)가 미국에서 실시한 임상 3-1B상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공시하면서 장 초반부터 초강세를 보였다. 헬릭스미스는 지난달 23일 엔젠시스에 대한 임상 3A상에서 약물을 혼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임상 결과 발표를 미룬 바 있다. 안정성에는 문제없지만 유효성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17만1,000원이던 주가는 두 번의 하한가와 5거래일 연속 하락을 경험하면서 6만6,3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헬릭스미스가 이날 자체 검증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 모두 입증했다고 밝히자 자금이 대거 몰렸다. 헬릭스미스와 함께 이연제약은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 생산 시설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동반 급등했다.
싸이토젠은 지난 4일 장 마감 후 혈액으로부터 혈중암세포(CTC)를 분리하기 위한 세포채집장치의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고 공시하면서 급등했다. 또 바이오주 급락의 원인을 제공했던 신라젠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지분 취득 소식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에이치엘비(028300)는 항암 신약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 결과를 유럽종양학회(ESMO)에 발표한 뒤 ‘베스트 오브 에스모(best of ESMO)’에 선정됐다는 소식에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셀트리온(068270)(3.18%),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72%) 등 바이오·제약주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바이오·제약주에 대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의미가 크지 않은 소식에 투자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주가가 오른 한 바이오 기업의 관계자는 “상승 이유를 계속 묻는데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며 “다른 바이오 업종들이 오르니 덩달아서 오르는 듯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헬릭스미스가 발표한 공시 내용 역시 엄밀히 따지면 큰 의미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헬릭스미스 자체 검증인데다 표본 수도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피험자가 101명으로 검증 규모도 크지 않다”며 “의미를 부여하려면 부여하겠지만 앞서 임상 지연 내용을 뒤집을 만한 소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싸이토젠의 미국 특허 취득이 주가를 상한가까지 밀어 올릴 재료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최근 바이오·제약주의 반등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제약주에 대한 투자는 선별적이고 보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효섭 부국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하락폭이 큰 상황에서 핵심 지표가 아니라도 긍정적인 소식에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바이오·제약주의 반등 랠리가 길게 가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