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더 있다"…궁지 몰리는 트럼프

고발자 대리 변호인 바카지
"폭로 확인할 직접적 정보 보유"
우크라 의혹 러 스캔들 파문 확산
법원도 '납세자료 소환장' 허가
"中에 바이든 조사 요구는 문제"
공화내부도 비판여론·동요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중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는 것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외에 이를 문제 삼은 이들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직접 정보를 가진 고발자가 있는데다 공화당 내부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을 제기한 정보당국 내부고발자를 변호하는 앤드루 바카지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내 회사와 나의 팀이 정보기관감찰관실에 이뤄진 지난 8월12일의 폭로와 관련해 여러 내부고발자를 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내부고발자는 1차 고발자와 달리 고발장을 제출하지는 않았다. WP는 “두 번째 내부고발자는 최초 고발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정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크게 반발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통화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을 내부고발자라고 부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또 다른 내부고발자가 딥스테이트(Deep State·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득권)에서 오고 있고 역시 간접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두 번째 내부고발자도 간접 정보를 가졌을 뿐이라며 내용이 공개되기도 전에 미리 신뢰성을 깎아내린 것이다.


백악관의 사태확산 차단 노력에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파문은 계속 커지고 있다. 당장 이번 사건이 공개되면서 함께 알려진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경위에 대한 조사개입 의혹이 정치적 중립위반 논란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한 사건으로, 트럼프 측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와 연방수사국(FBI)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동맹국과 짜고 꾸며낸 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 장관이 당시 수사착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탈리아·영국·호주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재차 언급하면서 “이는 가까운 우방과의 외교관계를 해칠 수 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법당국의 전통을 시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또 다른 의혹도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연계된 기업가들이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인 나프토가스의 관리권을 얻으려 했다”며 “릭 페리 에너지장관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해 나프토가스 감독위원회 멤버들을 자신이 제시한 인물로 바꾸려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법무부가 포르노 배우와 부적절한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기록 제출을 요구하는 맨해튼 검찰의 소환장 집행을 막기 위해 낸 소송에서 연방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빅터 마레로 맨해튼 연방법원 판사는 이날 맨해튼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의 8년간의 개인과 사업체 세금보고 내역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공화당 내부도 동요하고 있다.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공화당)의 고문이었던 브렌던 벅은 “지금 시점에서 모두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2012년 대선에 나서기도 했던 밋 롬니와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메인주) 등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중국의 관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사 요구를 문제 삼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최종 탄핵은 여전히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일부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공개비판하지만 아직 탄핵에 찬성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상원의석 100석 가운데 53석을 갖고 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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