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이에 대해 “대내외 안보환경 변화와 사이버 안보위협 대응, 정보의 과학화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사이버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이버 안보 관련 장비를 구매하고 재외공관 인적 네트워킹 등 필요한 곳에는 돈을 써야 할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유무형의 국가자산으로 남는다면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국정원의 특활비 대폭 증액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야당 때는 특활비를 적폐라고 몰아붙이다가 집권 후 대통령들과 국정원장까지 관련 혐의로 구속·기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제 와서 필요하다고 늘린다면 누군들 공감하겠는가. 특히 국정원 특활비 규모가 2년 만에 무려 52%나 늘어난 데 대해서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정은 방남 등 대북 비밀사업에 쓰일 것이라는 정치권의 의혹 제기도 무리가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 특활비는 음성적으로 사용돼 정부부처 간 뇌물 성격으로 악용하는가 하면 용처도 비밀에 부쳐 예산 운용에 큰 오점을 남겨온 게 사실이다. 지금 정부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이를 막으려면 영수증이 필요하지 않다고 마구 쓰기보다 예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