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이춘재 자백에 화성 8차 사건 범인 “무죄 입증 재심 준비중”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 고등학교 시절 모습./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8차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가운데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옥살이를 하고 나온 윤모(56)씨가 과거 재판 과정에서 고문때문에 자백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윤모씨는 현재 이와 관련한 내용을 언론에 밝힐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씨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재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약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가석방 돼 충북 청주에 살고 있다. 앞서 윤씨는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에서 A(13)양의 집에 들어가 A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윤씨는 수감된 이후 줄곧 범행을 부인해왔다.

윤씨는 지난 2003년 시사저널과의 옥중 인터뷰에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8차 사건은 내가 한 일이 아니다”고 억울함을 토로한바 있다. 윤씨는 “돈도 없고 ‘빽’도 없어 재판에서 졌다”며 “경찰 수사과정에서 맞았다”고도 했다.

이어 “경찰이 고문을 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항소했으나 2심, 3심 모두 윤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씨는 항소이유서에서 “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 자백을 했다”며 “1심 재판부는 다른 증거도 없이 신빙성이 없는 자백만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급심 재판부는 “고문을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최근 화성 연쇄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진술하면서 윤씨가 그동안 무죄를 주장해 온 사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씨는 현재 재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8차 사건 당시 현장에서 음모 8개를 수거하는 등 증거가 있는 만큼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따져보고 있다.

경찰이 1987년 1월 화성연쇄살인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8차 사건을 전한 보도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서는 체모 8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체모에 카드뮴이 다량 함유돼 있는 점에 주목하고, 중금속에 노출된 공장 직원이 범인이라고 추정했다.

또 정밀감식 결과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었다. 경찰은 B형 남성 450여명의 체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고, 윤씨 체모와 현장에서 나온 체모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윤씨 역시 당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시인했다.

당시 윤씨를 조사했던 경찰관들은 “8차 사건 현장에서 나온 용의자의 혈액형은 B형으로 이춘재(O형)와 다르고 현장에서 윤씨의 지문도 나왔다. 윤씨가 소아마비를 앓고 있긴 하지만 팔 힘이 쎄 담을 넘을 수 있는 점도 확인했다”며 수사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윤씨 등 당시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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