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제작
보험 신규계약 5건 중 1건이 가입 1년 내 해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를 목적으로 보험 설계사들이 가짜 계약을 맺는 이른바 ‘작성계약’ 관행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계약 1년 유지율은 생명보험 평균 약 80%, 손해보험 약 82%로 집계됐다. 상품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특히 수수료율이 높은 상품은 계약유지율이 70%대로 떨어졌다.
법인보험대리점(GA)을 통해 판매된 상품 중에는 1년이 지나고부터 계약유지율이 50%를 밑도는 경우도 있었다. 보험 계약 10건 중 5건 이상이 1년이 지난 후부턴 해지된다는 의미다. 이같이 저조한 계약유지율의 배경에는 실적 압박 등으로 인한 설계사들의 작성계약 관행이 있다.
일부 설계사들은 본인이나 지인 명의로 가짜계약을 체결한 후 보험료를 대납하다가, 해지시 수령액(모집 수수료+중도해지환급금)이 납입보험료보다 많아지는 시점(통상 계약 후 7∼8개월 정도)이 지난 후부터 계약을 고의로 해지하곤 한다.
특히 보험사는 GA 소속 설계사들에게 계약 첫해에 수수료 총액의 70∼93%(월보험료의 14∼20배 수준)를 몰아주고 있는데, 이런 수수료 몰아주기가 작성계약을 부추기기도 한다. ‘일단 팔고보자’는 식의 이런 영업 관행으로 설계사로서는 단기간에 수수료 등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실명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보험업법에 어긋난다. 또 보험사에는 수익률 악화로, 소비자에게는 보험료 상승 요인으로 돌아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가입 1차년도에 지급한 모집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의 합계액이 납입보험료 총액(월납입 보험료의 12배)을 초과할 수 없도록 2021년 시행을 목표로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설계사가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차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지만 여전히 미비해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태 의원은 “개정안은 수수료 총액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 1차년도에 지급할 금액만 줄이는 것이라 계약 후 1년이 지나면 또 똑같은 작성계약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모집수수료의 분급(수수료 총액을 3년간 균등하게 지급) 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개정안은 2021년부터 적용돼 내년에 작성계약이 집중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작성계약은 차명·명의도용 계약인데다 보험업계 전반에 부담을 주는 강력범죄이므로 처벌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신혜인턴기자 happysh040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