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펠로(자문단)로 활동하는 법률 전문가들은 검찰 개혁의 핵심은 중립성 확보이고 이를 달성하려면 인사권 독립이라는 원칙이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의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은 개혁은 요란한 구호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국회에 발의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는 “법무부와 검찰을 분리해야 검찰이 중립성을 가질 수 있기에 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만 인사권을 행사하고 감찰권은 검찰총장에게 부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비검찰 출신으로 인력을 구성해 감찰권을 강화한다면 감찰권 행사가 정권 편향적인 방향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개혁의 선결 과제가 검찰의 인사권 독립에 있다는 설명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을 법무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외청으로 두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또 다른 ‘권력 괴물’을 만들 수 있기에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검찰의 수사와 인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지금처럼 법무부를 검찰의 상급기관으로 두되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침해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인사권 독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전횡할 수 없도록 방지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중립은 검찰의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결국 검찰 인사권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검찰의 선한 의지에 전적으로 기대할 것이 아니라 검찰권을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검찰인사위원회 같은 상설기구 설치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서경 펠로들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에 대해서도 검찰 중립성 확보를 위한 원칙을 토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다고 주문했다. 유원규 광장 대표변호사는 “경찰에 수사권을 전임하지 않고 적절한 수준에서 검찰과 나누는 방식으로 가면 검경수사권 조정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며 “공수처 신설은 검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기관이 생긴다는 건데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중립적인 기구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점에서 현재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모두 넘기면 중국식 공안경찰로 변질될 수 있다”며 “공수처 신설도 검찰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겠지만,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문성 없는 민간인이 대거 기용되면 야당을 탄압하는 정치사찰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고 견제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새로운 국가 권력의 등장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폐단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박지순 교수는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과 나누자는 건데 국민에 대한 정보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경찰이 지역 토착세력과 유착하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경찰국가’가 탄생할 위험이 있다”며 “공수처 신설도 지금 방안대로라면 대통령이 검찰·경찰·공수처라는 3대 권력기관을 좌우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신설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새로운 수사기관의 등장으로 오히려 ‘옥상옥’ 구조가 생기면서 검찰 중립성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검찰위원회를 신설해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국가검찰위원회를 통해 외부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해 검찰총장을 선출하면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할 수 있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지금 검찰이 청와대와 여당의 반발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것은 과거의 구태를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검찰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서경 펠로들은 국가검찰위원회를 통해 검찰의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에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찬운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직이랑 임명직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는 게 원칙이기에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할 수밖에 없다”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검찰총장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하는데 검사 인사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현재 국가경찰위원회도 경찰에 대한 직접적인 임면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자문과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에 국가검찰위원회가 신설되더라도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유럽 주요 선진국에서 검찰을 사법부 산하에 두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를 도입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