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업체들 "중고차도 충성고객 확보하자"

"로열티 높여 신차 구매로 유도"
수입차 이어 국내 완성차 업계도
인증제·보증연장 등 혜택 쏟아내


수입차에 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고차 가격을 자동차 업체가 보장해주는 프로그램과 중고차 품질을 관리해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제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중고차 고객과 신차 고객 구분 없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면 중고차 고객이 향후 신차 구매층으로 이어진다는 게 차 업체들의 판단이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중고차 가치 보장, 인증 중고차 제도, 중고차 보증 기간 연장 등의 혜택을 출시하며 중고차 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장안평 등 중고차 전문 시장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완성차 업체들이 ‘브랜드팬층’을 두텁게 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국내에 도입한 것은 수입차 업체들이다. BMW가 인증 중고차 제도(BPS·BMW 프리미엄셀렉션)를 만들자 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랜드로버 등 대부분 수입차 업체들이 뒤를 따랐다. BMW·벤츠 등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수십~수백 가지 항목을 점검해 통과한 차량만 판매하는 제도다. 신차에만 적용되던 엔진 등 주요 항목 보증도 1년가량 기본 보장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현상을 완화하고 보증 연장을 통해 중고차를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수입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BMW의 공식 딜러인 바바리안모터스는 지난달 인증 중고차 고객을 대상으로 보증 기간을 최대 3년 늘릴 수 있는 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글로벌 보험사인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통해 상품에 가입하면 인증 중고차에 제공되던 기본 1년/2만㎞의 보증에 대해 1~3년 보증을 주행거리 제한 없이 연장할 수 있다. 신차에만 적용되던 보증이 중고차에도 최대 4년까지 적용되는 것이다. BMW코리아는 이 상품을 바바리안모터스뿐 아니라 나머지 6개 공식 딜러로 곧 확대할 계획이다.

벤츠도 중고차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부터 안전성 강화를 위해 인증 중고차 점검 항목을 178가지에서 198가지로 늘렸다. 인증 중고차 매입 기준도 4년/10만㎞에서 6년/15만㎞ 이내 차량으로 확대해 물량을 더욱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년/2만㎞ 무상 보증과 24시간 긴급 출동 서비스 등 신차와 같은 AS를 지원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이처럼 중고차 고객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신차 고객, 중고차 고객이 따로 있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차 고객이 신차만 사는 게 아니고 중고차 고객이 중고차만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고차 제도를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면 다른 브랜드로의 이동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신차·중고차를 가리지 않고 ‘브랜드 고객’ 전체의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중고차 고객이 신차를 구매하기도 하고 지인에게 소개도 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팬’을 만들어 가는 중고차 관련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브랜드인 현대·기아차도 이를 인식하고 중고차 가치 보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최초 등록한 후 3년 이내에 차량을 매각하고 현대차 신차를 동일 명의로 구매하는 경우 △1년 이내 매각 시 차량 실제 구입 가격의 75~77% △2년 이내 68~70% △3년 이내 62~64%의 중고차 가치를 보장해주고 있다. 협력사를 통해 소비자 불편 없이 매입 업무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기아차 또한 소비자가 신차 출고 시 중고차 가치 보장 프로그램인 ‘VIK 개런티’에 가입하면 차종에 따라 △1년 이내 매각 시 차량 가격의 75~77% △2년 이내 68~70% △3년 이내 62~64% △4년 이내 55~57% △5년 이내 48~50%의 중고차 가치를 보장한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외국에 비해 차를 자주 바꾸기 때문에 중고차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의 신차 구매 부담을 확 줄이고 이 같은 브랜드 관리를 통해 로열티를 높이면 신차 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 중고차 가치 보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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