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남발하는 정치권, 되레 '정치 검찰' 부추긴다

[검찰개혁 정치적 중립이 핵심이다] <하>
■ '정치 사법화'에 커지는 부작용
패스트트랙 충돌사건·조국수사 등
檢수사대 올려진 의원 98명 달해
수사 드라이브 걸면 "정치권 탄압"
느슨하다 싶으면 "권력 눈치" 오명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지난 4월 25일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다 국회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법 개혁,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등을 사이에 둔 여야 정쟁이 검찰 수사로 옮겨붙고 있다. 양측의 격한 충돌이 상대를 겨냥한 무차별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정치권이 정국 주도권을 검찰에 쥐어 주고 있는 셈이다. 여야가 검찰의 정치 중립성을 강조하면서도 걸핏하면 검찰에 공을 넘기고, 수사 과정에도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꼴불견을 보이면서 정치권이 되레 ‘정치 검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국회 들어 여야가 상호 고소·고발하는 건 일상이 됐다. 대표적인 게 패스트트랙 사건이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에 국회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이는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세 차례에 걸쳐 한국당 의원들을 무더기로 고발했다. 이에 한국당도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민주당 의원들을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현재 검찰 수사대에 올려진 여야 국회의원만 98명에 이를 정도다. 게다가 조 장관과 그의 가족 수사를 둘러싼 수사와 가짜 뉴스 등으로 고소·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6일에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김두관 민주당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의원이 조 장관의 딸에게 총장 표창장을 준 적이 없다고 한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4월에는 민주당이 ‘강원 산불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며 김순례 한국당 의원 등 75명을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5월에는 ‘외교기밀’ 통화 내역을 누설한 혐의로 강효상 한국당 의원을 고발했다. 말 그대로 국회발(發) 고소·고발이 풍년을 맞은 셈이다. 하지만 그 사이 국회 징계안은 ‘함흥차사’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총 43건이지만 여전히 38건이 계류 중이다. 5건이 처리됐다고 하나 그나마도 심사대상 제외(2건), 철회(3건)로 실제 징계가 이뤄진 것은 없다. 17~19대 국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기간 국회 전체회의에서 실제 징계안이 가결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


국회 정쟁이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것을 두고 검찰도 ‘좌불안석’이다.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경우 정치권 탄압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 반면 수사를 뒤늦게 시작하거나, 직접 소환이 아닌 서면 조사를 하는 등 조금이라도 느슨한 모습을 보이면 ‘권력 눈치 보기’라며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쓰기 쉽다. 결국 ‘잘 해봐야 본전’이라 검찰 내에서는 정치권 수사를 ‘기피 대상 1호’로 꼽는다.

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정치 사건이 넘어올 경우 결국 편파성 시비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검찰은 큰 상처를 입는다”며 “정치권 문제는 정치권에서 해결하는 게 검찰 활동에 대한 정치적 중립 시비를 줄이고 또 정치권도 제 기능을 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국회의원 발언이나 행동 등이 명예훼손이나 모욕, 허위사실 공표로 문제가 되는 건 국회에서 징계를 통해 해결할 사항으로 삼권분립 정신에도 맞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최근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여야 정치권 대응에 대해서도 “부당하게 개입할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 관점으로 수사에 접근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행태를 봤을 때 개혁해야 할 대상은 검찰이 아닌 정치권”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