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우리 사회의 분노지수가 치솟으면서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극심한 사회 양극화와 실업난 등으로 우리 사회의 분노지수가 치솟으면서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화장실에 몰래 숨어 들어가는 성폭력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여성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9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대검찰청이 내놓은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4분기 여성피해자 발생 건수는 11만4,61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전체 범죄에서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 비중은 2015년 34.7%에서 올해 2·4분기에는 37.8%까지 높아졌다. 성폭력범죄 가운데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퇴거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성적목적의 장소침입’은 2·4분기 기준 2017년 113건에서 올해 163건으로 2년 새 44% 넘게 늘었다. 지난 2016년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공중화장실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심이 커지고 있지만 화장실에 몰래 침입하는 범죄는 전혀 줄지 않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일산의 한 상가 화장실에서 30대 여성이 휴가 나온 군인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또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성적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자와 사진 등을 보내는 ‘통신매체 이용음란 범죄’도 2016년 1,112건에서 지난해 1,379건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범죄에 노출되는 아동피해자도 증가 추세다. 올 2·4분기 만 13세 미만 아동피해자 발생 건수는 3,7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 늘었다. 특히 강력범죄(9.6%)와 폭력범죄(12.4%) 등의 증가율은 전체 평균 증가율을 웃돌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과 아동은 상대적으로 자기 방어능력이 부족한 계층”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