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래원, “'가보연' 로코 장인? NO..남녀 배우의 호흡이 영화의 핵심”

김래원이 오랜만에 로맨스 장르에 복귀했다. 전 여친과 헤어진 지 한 달 차,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재훈’으로 분한 김래원은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표현해내 공감을 자아낸다.

그는 “사랑에 있어서 누구보다 순수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재훈’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2일 개봉한 김한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가장 보통의 연애’는 각자의 전 연인과 이제 막 이별한 두 남녀 재훈(김래원)과 선영(공효진)의 가장 솔직하고 거침없는 로맨스를 그린 영화. 이별의 후유증으로 매일같이 아픔을 달래고 있는 ‘재훈’과 이미 끝난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뒤돌아보지 않는 ‘선영’이 한 직장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연애를 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와 현실적인 캐릭터, 생생하게 표현된 대사로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후회’와 ‘미련’에서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살아가는 ‘재훈’.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이별의 아픔을 술로 달래는 사이, 옥수수-고양이-비둘기 등등 그저 외로워 보이면 뭐든 집으로 가져오는 습관이 생긴 데다 술에 취해 전 여친에 “자니?”를 수도 없이 보내는 건 기본. 아침이면 기억에 없는 수많은 통화목록까지 매일같이 흑역사만 무한 반복 중이다.

김래원은 “재훈의 모습이 자신과 달라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안타깝다 여겼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절대 지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래원에 따르면, ‘재훈’은 그만큼 여리고 순수한 인물이고, 상대를 많이 사랑했던 인물이다.

“재훈이는 좀 여린 것 같다. 연애에 있어서 더 순수하고 미숙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흔들리는 마음 앞에서 의지할 방법으로 술을 택한 거고, 그러다 보니 그런 실수를 한 게 아닐까. 그 부분을 보고 많이 지질하다고 얘기하시는 것 같다. 사실 그런 생각도 했다. 재훈이는 극중 35살인데 25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그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실수를 하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작품 안에선 음주 신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김래원의 취중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김래원은 “지인들도 시사회를 보고 ‘정말 술 마시고 연기한 거지?’라고 문자를 하더라”고 에피소드를 전하며 만족스런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러운 연기로 받아들여줬기 때문이다.


막상 김래원은 촬영할 땐 이렇게 웃기는 신인 줄 몰랐단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는 그는 “현장에서도 늘 자신을 비운 채, 그냥 제 몫에 충실하려고 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래원은 까칠하면서도 상대방을 챙겨주는 훈훈함부터 예상치 못한 반전 허당미까지 이전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그간 폭발적인 에너지로 가득 찼던 거친 액션이 아닌 술기운에 구르고 넘어지는 생활 액션(?)으로 현실 웃음을 불러일으킨 것. 또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신경 쓰는 공효진과의 까칠한 케미부터 강기영과의 빵빵 터지는 브로맨스 절친 케미도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김래원의 따뜻한 인간미도 엿볼 수 있는 장면도 있다. 재훈은 추운 날에도 길거리에서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를 측은하게 여겨 만취했을 때마다 옥수수를 한 봉지씩 사 오는 ‘습관’이 있다. 이 장면에 대해 김래원 본인의 생각을 물었다. 그러자 “대부분의 남자가 그런 면을 가지고 있다. 의외로 여자분들이 많이 몰랐나보다.” 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그런 사실들을 꼭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는 남자들이 많다”고 전해 훈훈함을 안겼다.

드라마 ‘눈사람’ 이후 공효진과 16년 만에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났다. 무엇보다 로코 장인이 한 작품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예비 관객들의 기대가 컸다.

공효진과 함께 작업하게 돼 기대감도 컸단 김래원은 “이번에도 연기하며 새삼 다시 깨달은 건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점이다”며 상대 배우를 칭찬했다. ‘로코 장인’의 만남보단 “남녀 배우의 호흡이 영화의 핵심이다”고 말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서 “듣는 입장에서 효진씨를 보조하면서 호흡을 맞추고자 했다”고 말했다.

“선영 역을 공효진 씨가 해줘서 확실히 효과를 본 것 같다. 효진 씨가 워낙 연기를 잘하지 않나. 인물들의 호흡을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라 많은 배우들이 함께 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강윤성 감독의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이후 4개월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지난 영화의 성적을 의식해서인지 심플했다. “어떻게 봐주실지 설렘이 있으면서도 큰 기대는 안 하고 있다. 기대한다고 더 좋지도 않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더라. 겸손한 마음으로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

[사진=NEW]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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