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오른쪽 세번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2기 경사노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문성현 위원장이 민주노총 없이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악화된 노정관계 등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개편안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 단체에 연연했다가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1일 공식 첫 회의를 여는 2기도 노동계의 한 자리는 빈 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더불어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빠져 있는 만큼 경사노위의 결정사항에 대한 대표성 논란은 지속되고 민주노총과의 관계도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 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과 일정 기간 함께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며 “민주노총도 (경사노위에) 함께하기를 바랐지만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여부가 의제로도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그는 2기 경사노위 출범을 앞두고 지난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민주노총이 본위원회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업종별·의제별 위원회를 참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 위원장은 금속연맹 위원장 출신이다. 그가 고향과도 같은 민주노총의 참여를 사실상 포기한 것은 경사노위의 장기 파행을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탓으로 해석된다.
민주노총은 오랜 기간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지난 2017년 김명환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면서 물살을 탄 바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연달아 연 대의원회의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하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공식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탄력근로제 개편안,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노정관계를 형성할 여러 사안에서 대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사회적 참여 문제는 의제로 오르지 않았다.
다만 산하 산별노조 간 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의견 차이가 크다. 심지어 한 산별노조 안에서도 의견그룹마다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가 직무급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할 경사노위 내 공공기관위원회의 참관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내부 반발로 무산됐다. 내부적으로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 정부에 대한 불신, 내부갈등 등이 얽혀 있어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는 앞으로도 난망해 보인다.
하지만 문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과는 상관없이 민주노총을 경사노위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조합원 수 100만명이 넘는 노동운동의 한 축이라는 점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 차이는 약 30만명 수준으로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민주노총의 참여 없는 사회적 대화가 대표성 시비에 시달릴 여지도 적지 않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도 8일 열린 경사노위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이 들어오지 않은 경사노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2기 경사노위 구성원을 봐도 노동계 몫 2명이 빠져 있는데 민주노총이 이번에는 들어올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며 “저도 민주노총을 좋아하지 않지만 안 되면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