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부동산 사다리 걷어차는 정책

김흥록 건설부동산부 기자


“서울 도심에 살고 싶다는 젊은 사람들의 욕구 자체를 깰 수 있을까요.”

최근에 만난 한 건설업계 대표가 “정책의 방향을 잡을 때는 국민들의 기본 욕구는 인정하고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며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서울 집을 갖고 싶다는 욕구의 옳고 그름, 타당성을 떠나 수도권 ‘장삼이사’들의 내집 마련 1순위 지역은 대체로 서울이다. 젊은 사람일수록 더하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봐도 유독 서울에서만 30대들의 아파트 구매 비율이 높다.


서울에 거주하는 매력은 크다. 경기도에 살면서 출근길에 한 시간 반을 쓰면 직장에 도착할 때쯤 이미 퇴근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퇴근 후 이미 녹초지만 아이랑 놀아줄 마지막 기력을 짜내다 보면 하루하루가 번아웃이다. 전세나 월세로 서울에 살 수도 있겠지만 만약 서울에 새 아파트를 갖고 있다면 내가 평생 노동으로 벌 수 있는 돈 이상을 벌 수 있으니까 기왕이면 구매하고 싶다. 이것이 서울 새 아파트 보유 욕구의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선택한 방식은 이런 국민들의 욕구를 깨부수는 방식이다.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대표적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억제하는 만큼 결국 서울의 새 아파트를 없애는 방향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된 8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도 이 정책이 초래할 결과를 눈치챈 수요자들이 재빠르게 움직여서다. 서울시도 재개발과 재건축 승인을 까다롭게 해서 심의를 잘 안 해주는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새 아파트값이 뛴다면 새 아파트를 없애자’는 게 두 정책 방향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는 더하다. 이는 자금 조달 경로를 막아 아예 서울의 아파트를 못 갖게 하겠다는 취지다. 부동산 수요자들의 욕구와 정면으로 맞선다. 정부의 이런 정책이 진행되면서 서울 밖에 사는 현금 없는 이들이 이제 서울에서 집을 살 방법은 점점 요원해졌다. 얼마 전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만 해도 최소 현금 10억원이 있는 이들만 청약할 수 있다. 이미 서울에 사는 사람들, 또는 현금이 넉넉한 사람들만 서울에 살 수 있다. 사다리가 걷어차였다./ro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