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SW소양 갖췄다면…'4차산업 취업문' 두드리세요

■ '취업 보증 수표' AI대학원
"2022년까지 개발자 1만명 부족"
MIT 등 글로벌 대학과 공동연구
구글·삼성·네이버 등과 산학협력
非이공계 출신 위한 맞춤 교육도
성균관대·지스트·포스텍 이달 모집

정송 카이스트 AI대학원장이 지난 8월 열린 개원식에서 교과과정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카이스트

인공지능(AI) 전문가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과 기업 가릴 것 없이 전문가가 귀해 이들의 몸값은 치솟고 서로 인력을 뺏어오는 스카우트 전쟁도 치열하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떨어지는 기술 스타트업들은 인재를 구하기 더욱 어려워 아이디어 현실화에 애를 먹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22년까지 국내 AI 관련 개발인력이 1만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극심한 AI 전문가 수급난에 정부는 국내에서 고급 인력 양성프로그램을 만들고자 지난 3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고려대, 성균관대 등 3곳을 AI대학원으로 선정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 포항공과대학교(POSTECH·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을 더했다. 학교별로 매 학기 50~60명을 선발할 계획인데, AI 전공자는 졸업과 동시에 국내외 기업과 연구소에 바로 뽑히는 추세가 이어지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취업 보증 수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10일 현재 신입생 모집을 진행 중인 AI 대학원은 오는 14일까지 원서접수를 마감하는 성균관대와 오는 17일부터 원서를 받는 지스트, 이달 중 모집 계획을 내놓을 포스텍 등 3곳이다. 카이스트는 이미 학생 선발을 마쳤으며 고려대는 다음 달 구술시험을 거쳐 12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려대와 지스트가 석박사 통합 과정을 운영 중이고 카이스트와 성대, 포스텍은 석사와 박사를 따로 선발하는데,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밝을 지원자는 각각 학사, 석사 자격이 필요하다. 다만 AI가 컴퓨터 언어를 기반으로 주요 커리큘럼과 개발과정이 이뤄지는 만큼 수학이나 소프트웨어(SW) 소양은 사실상 기본 자격요건이라는 게 입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스트의 한 관계자는 “전기 전자 컴퓨터를 포함한 모든 공학·과학 분야 전공자 중에서 수학과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기본 소양을 충실히 쌓은 미래형 인재들이나 이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모든 지원자들을 환영한다”고 설명했다. 가을학기부터 신입생을 받은 카이스트의 경우 석사 22명 모집에 경쟁률은 9대 1을 기록했다. 합격자를 전공 별로 살펴보면 컴퓨터가 10명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고, 경영경제와 산업공학, 수학이 각각 3명, 전자공학이 2명, 생명화학이 1명으로 나타났다. 카이스트 출신은 8명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대체로 컴퓨터 관련 전공자들에게 유리하지만 꼭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비이공계 전공자의 지원도 받을 계획인 포스텍의 경우 아예 AI 분야 초심자를 위한 수학과 프로그래밍 설치 같은 기초트랙 특화과목도 준비할 방침이다.

국내 5개 대학원들은 공통적으로 AI 핵심 지식과 융합 역량(AI+X)을 갖춘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AI 기초 △핵심이론 및 심화 △응용연구 및 프로젝트 △최신 기술 특론 등 AI 특화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또 다수의 국내·외 기업 및 연구소와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핵심 원천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해외 유수 대학들과 학술 교류·공동연구도 추진한다. 대학별로 미국 카네기멜론대학(CMU),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세계 상위권 대학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막스플랑크 등 연구기관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아마존,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외 기업도 AI대학원과 손잡는다.


민원기(왼쪽 여섯번째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과 이성환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 등이 지난 9월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열린 AI대학원 개원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제공=고려대

다만 대학별로 중점으로 육성하는 분야와 지원 체계가 조금씩 다른 만큼 입학을 희망할 경우 자신의 관심분야와 학습 목표를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카이스트는 AI 핵심인력이 될 고급 엔지니어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교원 모집부터 세계 최고 수준으로 꾸렸다. 카이스트의 한 관계자는 “기계학습과 신경정보 처리 시스템 분야 학회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보인 한국인 학자 10명 가운데 3명이 교수진에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2023년 현재 10여명 수준이 교원을 두 배로 확대하고 AI 대학원을 단과대 수준으로 키운다는 비전도 공개했다.

고려대 역시 최고급 인재를 집중 양성하기 위해 박사과정(석박사 통합 및 박사)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글로벌 최우수 컨퍼런스 등재를 졸업요건으로 둘 만큼 학생들의 연구성과에 까다로운 자격 요건을 제시했다. 특화 분야는 헬스케어·문화콘텐츠·자율주행·에이전트 등을 꼽았다.

성균관대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관련 분야를 모두 다루는 게 특징이다. 현장 중심의 AI 혁신 연구를 위해 삼성전자 등 39개 기업과 협업체계를 갖췄다. 이지형 성대 AI대학원 교수는 “AI는 굉장히 많은 컴퓨팅과 계산 시간이 필요한데 보편화하는 시대가 온다면 하드웨어 지원이 필수”라며 “AI SW와 HW 까지 다루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텍은 미디어 AI·데이터 AI·AI 이론 등 AI 핵심 3개 분야와 바이오신약·에너지·제조·로보틱스·3차원 가상현실 등 9대 융합(AI+X) 연구를 통해 AI 핵심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포항에 조성되는 포스코-지곡 벤처밸리와 판교소재 포스텍 정보통신연구소에 창업을 지원하는 AI 벤처 생태계도 만든다.

지스트는 헬스케어와 자동차, 에너지 등 지역 3대 산업특화분야 밀착형 글로벌 AI 혁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실증 데이터와 인프라에 기반한 5년 석박사통합과정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선정 대학은 올해 1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연간 20억원씩 5년간 90억원을 지원받고, 앞으로 평가를 통해 최대 5년(3+2년)동안 추가 지원을 받아 10년간 최대 1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현재는 5개 대학이 선정됐지만 추가 예산 확보에 따라 더 많은 AI 대학원이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 등도 향후 추가 지정에 도전할 계획을 밝혔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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