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길미, 4년만의 컴백...“ 자연스럽게 편하게 녹아들 수 있는 가수 됐으면”

‘신곡 ’나쁜 놈‘ 운명적으로 끌려서 내 노래다는 생각 들었어요“

가수 길미(GILME가 4년 만에 신곡을 발표했다. 지난 달 29일 낮 12시 싱글앨범 ‘WHEEL OF FORTUNE’을 발매한 길미는 “질 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편하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며 “지금까지 낸 앨범 중에서 가장 편하게 냈던 것 같다”며 컴백 소감을 전했다.

길미의 디지털싱글 ‘ WHEEL OF FORTUNE‘은 운명의 여신이 다스리는 물레로, 사랑의 운명에 타로카드적 의미를 실었다. 운명의 수레바퀴의 각 지점은 끊임없이 회전하고 언제나 같은 곳으로 돌아온다. 그것과 연결시켜 ‘예측할 수 없는 결과’ 라는 해석을 뮤직비디오에도 담아내었다. 여기에 덧붙여 새로운 시작과 그 안에서 뜻밖에 찾아오는 행운을 의미하는 10번카드에 자신의 10주년을 돌아보는 의미를 담았다.


앨범에는 총 2곡이 수록된다. 타이틀곡은 ‘나쁜 놈’이고 서브 타이틀 곡은 ‘굿앤대드보이’다.

타이틀곡 ‘나쁜 놈’은 데뷔곡 이후 지금까지 함께 작업해 온 작곡가 서정진이 작업한 R&B곡. 1990년대 레트로 뮤직 스타일에 복고적 분위기를 더해 감성적인 느낌을 살렸다. 무엇보다 길미가 10년 전 가이드로 참여했던 곡이다. 길미는 “10년 전의 나와 싸우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는 특별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가이드 곡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신곡은 그 때 부르는 곡이랑 많이 달라졌다. 작업하면서 느낀 건 저 스스로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엔 녹음할 때, 작업할 때, 믹스 하면서 사운드 잡을 땐 되게 꼼꼼하고 예민하게 잡었는데, 이번엔 좀 더 넓은 시선에서 바라보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나쁜 놈’을 타이틀 곡으로 정하기까지 길미는 자신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란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컸다. 사실 가이드를 하긴 했지만 ‘나쁜 놈’으로 데뷔할 거란 예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발매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을 가슴에 묵혀뒀다. 그는 “10년 만에 녹음이 나오게 되니까 이상한 감정이 생기면서 신선하더라”란 심경을 밝혔다.그렇기에 “한마디로 설명하면, 10년전도 지금도 애착을 가졌던 노래이다. 유치한 말이지만 ‘운명적으로 끌려서 내 노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R&B 곡이라고 하기엔 다소 ‘뽕’끼가 있는 오묘한 곡이 새롭게 탄생했다. 길미는 “비트감도 있고, 슬프기도 하고,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이다. 그래서 ‘들매’ 곡이라고 한다. 처음에 들었을 땐 ’어? 좋네요‘ 하다 계속 듣고 있다보면 절로’좋네요‘란 말이 나온다. 그래서 10년을 들은 노래이다”고 했다.

수록곡 ‘GBB (Good n Bad Boy)’ 는 착한 남자를 원하지만 한편으론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나쁜 남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중적인 여자의 마음을 담아낸 곡으로 모순적인 양가감정을 ‘I want Good n Bad Boy’, 라는 반복되는 가사에 직접적으로 표현하였다. 길미는 “굿앤굿보이를 원하는데, 착했다가 나빴다가 하면서 여자를 홀리고 울리는 남자 이야기다”고 곡을 소개했다.



◇ 내 행복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

2009년 디지털싱글 ‘러브컷츠(LOVE Cuts)’로 데뷔. 그 이후 ‘넌 나를 왜 (Feat. 정엽 )’, ‘미안해 사랑해서(Feat. 케이윌)’등의 서정적인 랩 음악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오던 중 은지원, 미스터타이푼과 함께 그룹 ‘클로버’ 로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길미(GILME)는 모든 앨범들의 작사,작곡에 참여해오며 음악적으로 꾸준히 자신의 색깔을 보여줬다.

공백기간 동안엔 보컬 및 랩 레슨 및 행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내 자신을 숨 막히게 조이지 않고, 편안하게 시간이 흘러가게 뒀다”고 말했다. 공백 기간 동안엔 여행도 다니면서, 여느 30대들과 같은 일상을 살았다. 길미는 공백기를 “내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길미의 깨달음의 통로는 단연 ’음악‘이다. 깨달음의 첫 번째 통로였던 ’음악이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인간관계, 일적인 것 모두를 넓게 바라보게 됐다.

“음악을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스스로에게 한계를 느끼게 했다. 잠깐이나마 ‘음악을 그만둘까’란 생각도 했다. 즐겁기 위해 했던 음악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던 것. 그는 “돈 벌려고 생계를 유지하려고 음악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건... 내 행복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죠. ”라고 말을 이어갔다.


음악적인 ‘번아웃’ 을 경험한 길미는 음악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고민의 기로에 서서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음악이 아니면 ‘뭘 해야하지? 란 생각을 하면서도 그 와중에 앨범 작업을 이어갔단다. 그만큼 음악은 그가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

◇ ‘길미’ 내 자신과 ‘음악’을 분리하다.

길미는 “음악=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음악적으로 편안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공백기를 겪은 뒤엔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됐다. 자신과 음악을 분리할 수 있게 된 것.

그래서 그럴까. 그는 “음악을 빼면, 제 자신이 남죠.”라고 말했다. 예전엔 음악과 자신이 분리가 안 된 까닭에, 음악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땐 자존감이 내려갔단다. 하지만 사고의 폭을 넓히고 나니,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게 됐다.

길미를 일으켜 세우는 주문은 “난 세상 속 자연의 하나”이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길미는 “단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고자 한다’ ”고 설명했다. 즉 “나무 하나에 꽂혀서 예민하게 생각해봤자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세상 이치”를 깨달았던 것. 그래서 점점 ‘비움’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고 했다.

“점점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예전엔 신곡을 내며 차트 하나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이번엔 내 노래를 듣는 사람이 좋아해주면 좋겠다. 못들으면 못듣고, 듣는 사람이 있다면 좋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제가 필요해서 그런 생각을 끌어당기는가? 그런 생각도 든다. 항상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자 한다.”

길미의 한마디 한마디엔 힘이 있었다. 그는 “너의 직관을 믿어라, 용서하라, 사랑하라, 사람 마음이 다 우주정신이다”는 말도 들려줬다. 20대 초반부터 타로 공부를 이어오고 있는 길미는 “점으로 보는 게 아닌, 이 카드의 합을 본다. 공부를 해서 난 설명을 해주고, 믿는 건 자유이다. 결국 카드를 선택하는 건 본인의 에너지이지 않나 ”고 했다.


◇ 길미의 꿈..“편하게 녹아들 수 있는 사람”

길미의 꿈은 “자연스럽게 편하게 녹아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선 보인 노래들의 이미지 탓에 다소 강하게 보는 사람들도, 그를 한번 직접 만나면 ‘귀엽네요’ 라는 말을 한단다.

“ 사람들은 다양한 면이 있겠지만, 예전에 날이 서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었겠다. 여러 면에서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 ‘TV 속 모습이랑 다르시네요’ 란 말도 자주 들었다. 그럼 ’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에너지야 그런 게 있겠지만, 내가 음악을 해온 만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학창시절 6년이 넘게 독서토론부 활동을 했던 길미는 책과 글을 사랑했다. 틈틈이 글을 쓰고 있는 그는 언젠가는 책도 내고 싶단다. 그는 “연예인이라서 쉽게 책을 낸다는 인식이 아닌, 정말 잘 쓰고 싶어서 쉽사리 책은 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길미의 예술가지는 무궁무진했다. 음악, 글, 그림 등 그가 뻗어나고 싶은 가지는 에너지가 가득했다.

“랩하고 가사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기도 하다. 머릿 속에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 안에서 다른 쪽으로도 가지를 내서 성장 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오늘 하루만 잘 살고 말아야지 ’이런 조급한 마음 보다는 내 안의 것을 편안하게 발현시키고 발산 시킬 수 있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여러가지 방식으로 생각들을 표현하고 싶다.”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