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갈등 도시]추방의 역사 따라...서울 걷기

■김시덕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인간 기술력의 발전을 상징하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축물, 혹은 조선 왕조의 웅혼한 궁궐이나 일제 강점기의 아픈 유산 같은 것들이 도시 답사의 전부는 아니다. 빈민촌이 해체되며 도시 곳곳으로 퍼진 가난한 시민들, 공장과 성매매 집결지, 한센인 정착촌 등도 도시의 또 다른 모습들이다. 재개발 동네의 벽보, 이재민과 실향민의 마을 비석, 부군당과 미군 위안부 수용 시설에도 도시와 시민의 역사가 담겨있다. 먼 얘기가 아니다. 당장 서울과 경기도를 걷다 보면 마주칠 수 있는 풍경들이다.


책 ‘갈등 도시’는 문헌학자가 쓴 서울·경기도 답사기다. 저자는 도시에서 밀려난 이들의 흔적을 추적하며 도시가 품은 ‘갈등’의 역사에 주목했다.

낙성대역 부근 빌딩 머릿돌을 통해 한 거리의 변천사를, 단국대 개골목의 철물점 간판을 통해 지역 상권의 변화를, 벽보와 낙서 등을 통해 시민들의 심리를 추적한다. 서울과 경기도 경계 지대에서 빈민촌과 화장터, 사이비 종교 시설, 군부대를 살핀 저자는 “서울이 발전하는 데 방해가 되고 보기에 좋지 않다고 간주 되는 수많은 시설과 사람들을 서울 외곽으로 밀려났다”며 “서울의 역사는 배제와 추방의 역사”라 말한다. 파주에서 시흥, 종로구·중구·용산구, 의정부에서 용인 등 세 가지 코스로 서울과 경기도를 파헤친다. 2만원.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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