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코스닥 종목에 대한 매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은 변동성이 크지 않은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코스피 대형주와 함께 성장성이 기대되는 코스닥 바이오 및 장비·소재 주식을 함께 담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순매수한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코스닥 기업은 21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순매수 상위 종목 중 코스닥 기업은 15개였다. 코스닥 종목 가운데서도 비교적 규모가 큰 대형주를 중심으로 담았다.
이는 여전히 코스피 대형주에 대한 선호가 강한 기관투자가들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기관은 삼성전자(005930)(953억원), 셀트리온(068270)(762억원), SK하이닉스(000660)(432억원), 삼성전기(009150)(396억원), 한국조선해양(009540)(357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매집했으며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코스닥 종목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달 기관의 순매수 종목과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지난달에도 기관의 상위 순매수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005380), 셀트리온, 신한지주(055550), 삼성전기, SK텔레콤(017670)의 순이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매수한 종목은 대부분 호재가 가시화되면서 상대적으로 향후 성장에 대한 우려가 적은 종목이 많았다. 코스닥 종목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식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변동성이 큰 바이오주 가운데서는 임상 결과나 앞으로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종목이 많았으며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낙수효과’가 기대되는 종목과 5G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 종목들이 주된 타깃이었다.
실제로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코스닥 종목은 4개로 바이오·의료 장비와 반도체 장비, 소재주에 집중됐다. 최근 3상 임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에이치엘비(028300)를 841억원어치 사 모았고 삼성전자에 5G 기지국 장비를 납품하는 케이엠더블유(032500)은 3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유데나필 임상 3상에 대한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던 메지온(140410)(230억원), 반도체 식각액을 공급하는 솔브레인(036830)(167억원)도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종목 중 하나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솔브레인의 주요 고객사들의 낸드 가동률이 연말 내에 정상화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낸드 부문 신규 투자가 증가하면서 증설에 따른 수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중심이었던 외국인의 포트폴리오에 코스닥 종목이 추가된 것은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전망이 다소 개선되면서 코스닥 성장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코스닥을 사모은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면서도 “결국 반도체·통신 등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코스닥 장비·소재업체들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이 확산될 것으로 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의 코스닥 종목 매수에 힘입은 덕분에 코스닥지수도 이달 들어 소폭 상승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0.9% 하락했지만 코스닥지수는 1.48%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의 거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코스닥 거래대금은 6조1,105억원으로 올 들어 처음 6조원을 넘기도 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