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서 자취 중인 직장인 김현일(27·가명)씨는 올해 들어 출퇴근용으로 접이식 전동킥보드를 샀다. 집세 부담을 줄이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곳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걷든, 버스를 타든 어떤 방법으로도 집에서 15~20분 걸리던 전철역에 이제는 5분 안팎이면 도착한다. 자전거는 평일에 지하철 탑승이 제한되지만 접을 수 있는 소형 전동킥보드라면 탑승제한을 피할 수 있어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이 좋다.
과거에는 일명 ‘씽씽이’로 불리며 어린이 장난감 정도로 치부되던 킥보드가 성인들의 교통수단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김씨처럼 통근·통학 시 대중교통과 연계해 틈새 이동수단으로 쓰는 직장인과 대학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7만5,000대였던 개인용 이동수단(전동킥보드·세그웨이 등) 국내 판매량은 오는 2022년 2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주요 도시에서 대중교통 노선이 지속적으로 확충됐지만 여전히 시민이 자택에서 지하철역이나 버스정거장에 이르는 ‘라스트마일(잔여거리)’은 도보로 이동하기 애매하게 먼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용 이동수단들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어른들의 ‘씽씽이’ 대중화가 확산되면 도시 풍경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킥보드로 전철역까지 5~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일명 ‘킥세권’이라면 도보 5~10분 이내에 전철역에 닿는 지역인 역세권 못지않은 주거선호 지역으로 가치가 오를 수 있다. 도시개발 단계에서도 아예 킥보드를 고려한 교통 인프라가 설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수도권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의 일환으로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용 이동수단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상가나 오피스빌딩도 킥보드족의 편의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인프라를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GS25가 먼저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4월부터 편의점 내 킥보드 충전시설 설치작업에 돌입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인 올룰로는 서울 주요 지역의 킥보드 주차장 확보에 나섰다. 유럽에서 세그웨이 렌털 서비스를 활용한 관광객 유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처럼 국내에서는 전동킥보드와 연계한 관광 서비스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제주도와 경주시 등에서는 관광객과 연계한 킥보드 렌털 서비스가 출시된 상태다. 이에 따라 도로교통행정, 보험 서비스 등 유관한 사회제도들도 급부상하는 킥세권 시대에 맞춘 발 빠른 손질이 필요하다고 관련업계는 주문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