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사랑, 가족 등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울림과 위로를 전하는 감성 드라마가 온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계수 감독과 배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 밖의 로프공 관우(정재광)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감성 무비다.
사진=트리플픽쳐스
실제로 42층짜리 고층 건물에서 근무했던 전계수 감독의 실제 경험이 투영된 작품이다. 2011년 ‘러브픽션’ 이후 다시 한번 감독으로 돌아온 전계수 감독은 “주인공을 여성으로 한 것은, 남성으로 했을 때 객관성을 잃을 것 같았다”며 “여주인공 서영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선 자체가 굉장히 섬세했으면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전감독은 “현대 문명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고층 공간이 가장 중요했고 그 안에서 유영하는 물고기 같은 삶을 표현하는 캐릭터가 필요했다.”며 “ 고층 건물은 굉장히 남성적인 수직적인 프레임이다. 외부와 단단하게 분리된 그 안에 회사의 질서도 굉장히 가부장적이다. 그 안에서 정직원도 아닌 계약직인 아슬아슬한 신분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가진 답답함이 대비를 이룰 때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싶었다. ”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천우희는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으로 열연했다. JTBC ‘멜로가 체질’에 이어 영화 ‘버티고’도 개봉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30대 여성의 이야기다.
천우희는 “지난 해 이맘때 쯤 ‘버티고’를 연기했고, ‘멜로가 체질’에서도 30대를 막 지나온 여성을 표현했었다. 제 또래이고 제가 지나온 세대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것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서영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연기하는데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연기 포인트에 대해 밝혔다.천우희는 ”서영이란 인물이 아주 큰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 같은 느낌이었다. 혼자만 고립됐고 불안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을 어떻게하면 영화적으로, 또 감각적인 설정을 맞춰 구현할 수 있을지 준비하고 해석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영과 관계된 것들이 줄을 하나씩 달고 있는 느낌이었다. 연인, 가족, 사회생활 등 줄이 이어져 있는데 그것들이 영화를 흘러가면서 하나씩 끊기면서 서영이라는 인물이 낙하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외부인, 즉 마치 천사가 구원해주는 듯한 줄이 생기면서 살아가게 되는 인물이다 “고 표현했다.
‘버티고’는 인간 관계, 애정 관계, 가족 관계가 차례로 붕괴되면서 일어나는 주인공의 마음 속 파국을 지켜보는 작품이다. 전감독은 ”우리 영화는 와이드 샷이 없다. 클로즈업 앵글이 많이 담겨있다. 그런 지점은 서영이 가진 격렬한 흔들림을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온전히 천우희의 파워 덕분이다“며 천우희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전계수 감독/ 사진=영화사도로시㈜
사진=트리플픽쳐스/영화사 도로시
영화 속에선 총 17번의 날씨와 날짜가 등장한다. 서영의 감정을 예보해주는 장치이다. 전 감독은 “저희 영화는 날짜와 날씨가 중요하다. 그날 하루에 대한 예보 같기도 하고 서영의 여러 감정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서영의 연인이자 사내 최고 인기남 진수는 유태오가 연기했다. 유태오는 7년 전 전 감독이 연출한 ‘러브픽션’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유태오는 “ 너무 자랑스럽다. 지난 7년 동안 나만의 사연이 생겼고,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을 다시 만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유태오는 이어 “내게 ‘버티고’는 성장이자 재미였다. 1995년에서 2005년 사이에 한국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현재는 액션이 가미된 역할을 많이 맡고 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버티고’를 통해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아주 정통 멜로는 아니지만 장르는 멜로라 자부심을 느낀다. ”고 밝혔다.
정재광은 서영의 회사 외벽을 청소하는 로프공 관우로 분했다. 정재광은 “관우를 삶의 의지가 담긴 천사라고 생각했다”며 “레퍼런스가 담긴 영화들도 보고, (천)우희 누나와 감독님에게 조언을 얻어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전계수 감독은 “영화는 서영의 순환을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벽 너머의 나에게 어떻게든 건네는 희망의 손길을 말하고 싶었고, 분명히 있는 그 손길을 관객 분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연출의도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천우희는 “내가 시나리오 읽을 때와 촬영하면서 느꼈던 위로와 희망을 관객들도 느끼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오는 17일 개봉 예정.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