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내나는 뉴스]'비장의 머니' 지역화폐, 캐시백 없인 무용지물?


‘제로페이’, ‘이음카드’, ‘경기페이’ 같은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시·군에서 발행, 지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이름인데요.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시작한 지역화폐가 인기를 끌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도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인천 ‘이음카드’ 입니다. 총 6,505억원 규모로 전국을 다 합쳐도 이곳 인천의 발행량에 미치진 못한다고 하네요.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을 돕자는 취지로 설계된 이음카드는 인천 내 등록된 사업장에서 물건을 살 경우 100만원 한도 내에서 월 누적 금액별로 6% 캐시백을 줍니다. 연수구 등 인천 내 구청에서 발행하는 ‘서로이음’, ‘연수이음’ 등은 많게는 11%까지 됩니다. 가입자를 늘리려는 인천시의 사업 방식인데요. 캐시백은 전체 6% 중 중앙정부가 4%, 인천시가 2% 부담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난 8월 25일 기준 이음카드 누적 가입자 수는 81만3,000명입니다. 인천사람 셋 중 한 명은 가입한 꼴입니다.

인천 다음으로 지역 화폐가 활성화된 곳은 전북 군산입니다. 2018년 9월 시작된 전북화폐는 군산조선소와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며 군산시가 소상공인을 위해 내놓은 전략입니다. 7개월 만에 가맹점 9,000곳을 확보하며 발행액 5,137억원을 돌파했습니다. 군산의 경우도 인천과 마찬가지로 상품권 할인율 10% 혜택이 발행액 증가의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경북, 경기 순으로 발행 규모가 큽니다.



정부가 지역화폐에 재정지원을 하기로 하면서 지역화폐 사업 열기는 더 후끈합니다. 행안부는 지역화폐 판매액의 4%를 국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지자체는 앞다퉈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더 늘렸습니다. 발행 액수는 2018년 3,712억원에서 올해는 1조8,256억원으로 6배 껑충 뛰었습니다. 지역화폐 발행 단체도 지난해 60여곳에서 올해 말 131곳으로 늘었지요. 부산시는 내년 1조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계획을 주진 중이고, 지역화폐 사업을 접었던 청주시도 8년 만에 ‘청주사랑상품권’을 부활시켜 12월 중 발행할 예정입니다. 경기도는 “도내 청소년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해주겠다”, “군부대 병사가 외박시 지역화폐 이용하면 할인율 10% 주겠다”라며 인심을 팍팍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화폐의 인기 뒤엔 ‘캐시백’이란 위험한 유인책이 존재합니다. 발행액이 많은 인천, 전북, 경기 지역화폐 사업 모두 캐시백을 끼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캐시백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서울시의 제로페이는 수수료율 0%,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별 메리트가 없어 도입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오죽하면 실적이 저조해 ‘수수료가 제로’가 아닌 ‘이용자가 제로’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제로페이도 ‘부산서 이용하면 결제금액 7% 페이백’, ‘서울랜드 이용시 30% 할인’ 등 유인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캐시백이 위험한 이유는 돌려받는 현금이 정부예산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정부세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지원하다 보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김소연 대전 시의원은 “지역화폐는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누려 6~10%의 수익금이 일부에게만 돌아간다는 측면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가장 활성화된 인천의 경우 기초 단체별로 경쟁이 붙으며 일부 구는 최대 10% 캐시백이 된다. 극히 일부의 시민에게 정부의 세금이 쓰이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은행이자보다 높은 지역화폐 할인율을 이용해 지역화폐를 대량 구입한 후 현금으로 바꾸는 ‘깡’ 사례도 있습니다. 강화군은 깡으로 불리는 부작용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미비해 시행 3년 6개월만에 ‘강화사랑상품권’ 발행을 폐지했습니다. 인천시도 ‘깡’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화폐를 악용한 사례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세금을 현금으로 뿌리는 ‘캐시백’ 제도에 대해 걱정합니다.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좋은 제도지만 중앙 정부의 세금이 투입된다면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정부 세금을 이용한다면 상관없지만 중앙정부 세금이 쓰여서 문제”라며 “어차피 세금을 지원해야 활성화 된다고 하면 그리 효율적인 방법일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통화량을 통제해야 하는데 지역 유사화폐가 늘어나고 또 점점 사용자가 많아진다면 거시적으로 컨트롤이 어려워질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화폐를 유통 시킬 경우 규모가 작을 땐 문제가 없지만 커지면 거래 투명성, 불법거래로 사용될 문제가 다분하다”며 “캐시백 제도도 크게 보면 하나의 ‘방안’이지만 이걸 세금으로 메꾸는 게 지속될 경우 바람직한 사업이라고 볼 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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