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수수료 신설하고 올리고...'식약처 패싱' 해소될까

[본지 '의료기기 적정 수수료 산정' 용역 보고서 단독입수]
품목허가 갱신때도 27만원 적용...임상 비용 현실화로 경쟁력 강화
의약품 수수료 인상도 용역 중...심사관 증원 예산안 국회 상정


앞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으려는 업체는 최대 160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기 부문의 임상 수수료가 신설되기 때문이다. 5년마다 의료기기의 품목허가 갱신이나 인증을 받을 때도 최대 27만원대의 수수료도 내야 한다. 이는 식약처 임상 수수료 정상화의 일환으로 의료기기에 이어 의약품에 대한 임상 수수료 현실화와 심사 인력이 충원도 속도를 내, 개발중인 국내 신약이 식약처를 거치지 않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을 신청하는 이른바 ‘식약처 패싱’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본지 8월28일자 2면 참조

13일 서울경제가 단독입수한 한국산업정보연구소의 ‘의료기기 분야 적정 수수료 산출에 관한 연구’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식약처의 의료기기 임상시험 계획 승인 수수료가 신설된다. 용역 보고서는 의료기기 분야 수수료와 관련해 총 다섯 가지 안을 제시했으며 경비와 각종 인건비, 관리비 등을 포함한 5안 수준(임상시험계획 승인 160만원, 품목허가 갱신 27만원)의 수수료 적용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임상시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임상계획을 들여다볼 심사인원은 부족하다”며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의료기기 업계와의 협의를 거친 후 수수료 적용 규모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4년 63건이었던 임상계획 승인 건수는 지난해 88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생산실적도 6조5,111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했다.


식약처의 인력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바이오벤처 업계에서는 식약처의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임상 심사가 늦어지자 아예 미국 FDA 등 선진국 규제기관에 임상계획을 제출하는 ‘식약처 패싱’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신약허가신청을 위해 FDA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는 약 250만달러(28억원)으로 682만원인 식약처의 400배에 달하지만, 신약개발에서 비용보다는 속도와 정확성이 더욱 중요한 만큼 훨씬 비싼 비용을 내고도 FDA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가 세계 임상시험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2년 3.83%로 고점을 찍은 후 줄곧 게걸음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순위는 7위로 전년 대비 한 계단 추락했고, 임상시험 점유율도 3.51%에서 3.39%로 낮아졌다.

이번 의료기기 임상 수수료 신설 역시 관련 비용을 현실화해 식약처 임상 시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식약처는 의료기기와는 별도로 의약품의 임상 수수료를 인상하기 위해 ‘의약품 등의 부담금 제도 도입과 허가관련 제도 및 운영방안 개선을 위한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다. 용역결과는 내달 나올 것으로 전망되며 선진국과 비교해 수수료가 턱없이 낮은 만큼 파격적인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울러 최근 국회에는 의약품 심사관 40명, 의료기기 심사관 47명을 증원하는 예산편성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5월 바이오헬스 산업혁신 전략을 발표하면서 인허가 심사 수수료를 대폭 인상해 현재 350명인 심사인력을 3년 내 2배 늘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제약업계 개발팀 담당자는 “식약처에 임상계획을 제출할 정도의 업체는 수수료의 신설이나 증액보다는 심사기단 단축이 우선”이라며 “임상계획이나 신약허가 승인이 빨리 나올수록 시판을 앞당겨져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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