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아베 도쿄 회동...한일갈등 돌파구 되나

李총리 일왕 즉위식 위해 22일 방일
日규제·지소미아 타개책 논의할듯
일각선 "실타래 풀기 어려울 것"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한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다고 총리실이 13일 공식 발표했다. 이 총리의 일본 방문 일정은 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로 △22일 즉위식 및 궁정 연회 △2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최 연회 등에 참석한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이 총리의 이번 일본 방문으로 한일갈등 해소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관료급에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총리의 방일은 한일 수뇌급 대화채널을 복구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 총리의 방일 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이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11일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을 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왕 즉위식에 이 총리가 가는 부분은 그래도 (일본과) 대화의 수준이나 폭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며 “(한일관계가) 상당한 완전한 원상회복을 하려면 사전에 긴밀한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양기웅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 원장은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만남은 회담은 아니지만 적어도 양국이 수뇌레벨에서 어떤 태도 변화가 상호 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며 “이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총리가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아베 총리도 큰 틀에서 공감대를 표하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예비회담 성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루히토(오른쪽 두번째) 일왕과 마사코(오른쪽) 왕비가 지난 5월1일 도쿄 고쿄에서 열린 즉위식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라고 불리는 공식 즉위식은 오는 22일 별도로 치러진다./도쿄=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및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 등 한일갈등의 3대 사안은 양국 정상의 정치적 명운을 건 이슈로 비화한 만큼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양보하기 어려운 국내 정치적 고려도 있기 때문에 양국이 3대 사안을 고려해서 어떻게 패키지로 딜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3대 사안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정상회담을 준비하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은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카드로 해석되는 만큼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문제들도 순서대로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9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오찬 도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케이크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도쿄=연합뉴스

외교가에서는 도의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한국 정부가 징용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에 나서는 1+1+‘α’가 현실적인 해법으로 거론된다.

양 원장은 “양국이 한일 협정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중재위원회를 열고 양자 대화 채널을 복원해 싸움판이 아닌 대화판을 만들어 물밑에서 타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징용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신 일본도 강제징용에 대한 사죄 및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를 약속하는 등 한국의 체면을 살려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총리의 방일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양국이 수차례 고위급 회담에서 큰 견해 차이를 확인했고 40여개국에서 축하사절이 오는 만큼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면담은 10분 남짓에 불과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1박 2일 양자회담을 세 차례 해도 꼬인 실타래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박우인·정영현기자 wi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