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양한 관전 포인트가 제기되고 있다. 정유사들이 항공업에 진출하면 유리할 수 있어 SK의 막판 참여 가능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고려할 때 아시아나항공을 그대로 호남기업으로 남겨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거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유력 인수후보를 점치기는커녕 연내 매각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강성부펀드)·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예비입찰을 통과한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들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본입찰을 앞두고 새로운 인수후보가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SK그룹이다. 정유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유가·환율 리스크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웅진코웨이의 유력 인수자로 꼽혔던 SK네트웍스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아시아나항공으로 방향을 틀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객이 늘어남에도 항공업이 적자를 보는 것은 유가와 환율의 영향이 제일 크다. 예측이 쉽지 않은 영역이고 헤지를 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정유업을 하는 기업이 항공사를 인수하면 그런 면에서 이점이 있고 정유업도 고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게 돼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는 올해 2·4분기 1,24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 때문에 SK와 GS 등의 인수 참여 여부는 지속적인 관심사로 남아 있다.
하지만 공항마다 지정 항공유를 지급하는 시스템이 고착돼 있어 항공유를 내부 계열사로부터 공급받는 게 유리하다는 논리만으로 정유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은 충분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가 항공사를 인수하면 안정적인 항공유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고 항공사도 내부로부터 항공유를 공급받는 게 단가 등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굉장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공항에서 정유사들이 항공유를 나눠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정유사가 항공사를 인수하면 무조건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생각은 채권단만의 기대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의 지역 기반인 호남의 여론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가 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호남기업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면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광주 등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아시아나항공 지키기’ 조직을 만들었고 광주상공회의소는 “금호아시아나의 ‘심장’인 아시아나가 다른 기업에 팔린다면 호남 기반 기업의 씨가 마를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미래에셋대우의 박현주 회장이 광주제일고 출신이어서 이들 컨소시엄이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본사가 비호남권에 있는데다 박삼구 전 회장이 광주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딱히 지역 연고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이에 맞서고 있다.
금호나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번 딜이 흥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매각 대상을 선정할 수 있는 유효경쟁은 마련됐다. 남은 것은 오는 11월 초로 예정된 본입찰에서 수면 아래에 있던 대기업이 등장해 인수 열기를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금호나 채권단 측은 “미래에셋대우는 수익성을 중시하는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남는 장사’라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냐”며 한껏 기대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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