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느슨한 '대포폰' 단속...보이스피싱 4,056억 피해

범죄 검거 5년간 15만명 넘지만
98%가 불구속 수사로 풀려나
대부분 집유 등 처벌수위도 낮아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의 관리 소홀 틈새를 파고 든 ‘대포폰(타인 명의를 도용해 개통한 폰)’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불법매매와 양도가 이뤄지면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연간 최고치인 4,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포폰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제재가 필요하지만 관계기관 간 협의가 지연되는 사이 소비자 피해만 키우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포폰을 통해 이뤄지는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16년 1만7,040건에서 지난해 3만4,132건으로 2년 새 2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피해금액도 1,468억원에서 4,04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특히 관계기관 협조가 원활하지 못한 탓에 대포폰 불법매매가 급증하면서 올해 8월말 기준으로 피해규모가 4,056억원에 달해 지난해 전체 피해액을 훌쩍 넘어섰다.


보이스피싱 피해규모가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대포폰의 불법매매가 성행한 탓이다.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대포폰·대포통장·대포차의 불법매매로 검거된 인원은 15만3,897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3만명 넘게 검거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98%가 넘는 15만1,077명이 불구속 수사를 받으면서 추가 범죄 피해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법조계에서는 낮은 수위의 처벌이 보이스피싱 피해 확대에 일조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대포폰의 양도·양수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대포폰 이용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는 제재에 불과하다. 불구속 수사에 낮은 처벌로 최근 5년간의 피해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관련 부처간 떠넘기기로 단속과 제재를 위한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피해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2015년부터 대포폰의 번호 이용정지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적발부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번호정지 조치까지 평균 20일 가량 소요돼 그 사이 발생하는 범죄피해를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찰청과 과기부가 법률검토 등을 거쳐 번호정지까지 걸리는 기간을 2~3일 정도로 대폭 단축할 수 있지만, 양 기관 모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협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대포폰·대포통장·대포차 명의자 모집과 판매광고가 아무런 제재 없이 이뤄지는 ‘사각지대’임에도 경찰이나 과기부는 단속인원을 늘리는 등의 대책 마련에 손을 놓은 실정이다.

강창일 의원은 “개인정보를 빼돌려 각종 범죄에 악용하는 대포폰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며 “경찰과 과기부는 대포폰의 적발과 번호정지가 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원활히 협의하고 단속인원 확대 등의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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