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고유정 '오른손 방어흔' 주장, 우발적 살인 가린다

범행직후 오른손 상처 치료한 정형외과 의사 증인신청
전 남편 성폭행에 대항하다 다친 방어흔, 과실치사 주장
범행 우발적, 계획적 여부에 형량 큰 영향 받게될 듯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30일 오후 네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정의 오른손 상처는 ‘방어흔’일까. 이를 입증하기 위해 고유정 측이 정형외과 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고씨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공판에서도 지난번과 같이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이 이어지게 된다.

고유정 측은 범행 직후인 5월 27일과 28일 오른손 상처를 치료한 정형외과 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고유정은 이 상처가 전 남편 강모 씨의 성폭행에 대항하다 다친 방어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유정 측은 재판 전인 6월 말 경찰 수사 도중 다친 오른손 등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증거보전신청에 대한 감정서를 작성한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불렀다. 이들 증인의 증언을 통해 고유정의 정당방위, 과실치사로 의한 우발적 살인 여부를 다투게 된다.

그동안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고유정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이었는지를 가려내는 것에 있었다. 이번 공판에서 증인들의 증언에 따라 고유정의 형량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연합뉴스

앞선 재판에서 검찰 측은 각종 증거물에 묻은 피해자 강씨의 혈흔에서 수면제인 졸피뎀이 검출됐고, 고유정이 범행 전 카레 등에 졸피뎀을 희석해 먹게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 감정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를 증언했다.

반면 고유정 측은 DNA가 검출된 혈흔의 시료와 독극물 검사를 한 시료가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반론을 폈다. 고유정의 머리카락에서도 졸피뎀 성분이 나와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이 고유정의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유정 측은 피해자가 저녁을 먹지도 않았으며, 고유정을 성폭행하기 위해 칼을 들고 쫓아올 정도로 과격했다는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을 끝으로 증거조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고유정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피해자 유족 진술을 위해 재판기일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정 측에서 요구한 범행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실시 여부도 판단할 예정이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여객선과 김포 등지에 유기한 혐의(살인과 사체손괴·은닉)로 기소됐다.

별개로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한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달 30일 고씨가 의붓아들인 B군을 살해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이 사건을 검토해 기소하게 되면 전 남편 살해 사건 1심 재판 상황에 따라 두 사건의 병합 시기가 결정된다.

고유정의 구속 기한은 오는 12월 말까지고, 통상 이전에 1심 선고가 이뤄진다. 선고에 앞서 의붓아들 살해 사건이 기소되면 즉시 병합이 이뤄지지만, 기소 시점이 늦어지면 1심 재판은 각기 진행되고 항소심 단계에서 병합될 수도 있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