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특허청장이 15일 서울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특허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특허청
절전기를 제조해 판매하는 A사는 세라믹의 원재료와 배합비율을 영업비밀로 관리해왔다. 이 기술은 특허도 받았다. 그런데 전무로 있던 김영민(가명)씨와 기술이사로 근무했던 박지민(가명)씨가 별도의 회사를 차린 후 A사의 영업비밀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심지어 A사가 독점적으로 거래했던 거래처에까지 접근해 제품을 납품했다. A사는 이로 인해 2억9,500만원의 피해를 봤다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청구액의 6.8%에 불과한 2,000만원만 인정했다. 이 회사의 정민호(가명) 대표는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했지만, 우리 회사 매출액 감소의 원인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영업비밀을 이용해 그들이 얼마나 이익을 봤는지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허침해 손해배상액 수준을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데 이어 특허침해를 통해 번 이익을 배상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특허청과 중소기업중앙회는 15일 중기중앙회에서 손해배상액 산정 현실화를 위한 특허법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침해한 기업에 손해액 입증 책임을 지우고, 침해자의 이익을 반환하는 게 골자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현행 특허법에서는 침해 당사자가 손해액을 입증해야 해 실질적인 배상을 받기 어렵다”며 “입증을 하더라도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에 따라 손해액이 산정된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7월부터 특허권과 영업비밀 고의적 침해 시 3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시행됐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대기업과 하청 구조로 얽혀 있기 때문에 소송에 나서지 못한다.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고 거래관계 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감내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술탈취 분야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혁신의 결과인 지식재산이 쉽게 침해당하고 제 값을 받지 못한다면, 기술개발에 대한 의욕과 투자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특허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액은 미국의 100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경제규모를 고려하더라도 9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공청회는 현재의 법률이 충분한 기술보호 효과를 가지고 특허침해를 예방할 수준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브랜드가 약하고 유통망이 없는 중소기업은 특허권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는다면 산업의 경쟁력은 답보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