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게서 나타나는 MET·TP53 등 돌연변이 유전자와 과다발현 단백질 8종(바이오마커)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 8종 중 하나를 맞춤 투여했더니 생존기간 중앙값이 기존 항암제 투여군보다 3개월가량 길고 일부 환자들은 면역항암치료가 가능해지는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15일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이지연·김승태·강원기(혈액종양내과), 김경미(병리과), 이혁(소화기내과) 교수팀은 6개 병원에서 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해 ‘유전체 맞춤형 표적치료’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번 임상시험에 쓰인 표적항암제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사볼리티닙(MET 유전자·단백질 변이 또는 과다발현), 아도바세르티닙(TP53 유전자 변이) 등 8종이다.
연구팀은 2014년 3월~2018년 7월 1차 항암화학요법과 염기서열분석을 마친 전이성 위암환자 715명 중 8개 유전자·단백질에 이상이 있는 환자를 선별하고 환자의 의사에 따라 8개 표적항암제 후보물질(105명) 또는 기존 항암제(317명)로 2차 치료한 뒤 경과를 관찰했다. 유전자 변이 여부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으로, MET 단백질 과다발현 여부는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통해 확인했다.
임상 결과 환자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이·성별, 전이된 장기 개수 등을 보정해도 8개 바이오마커별 맞춤 표적항암제 치료군의 생존기간 중앙값(9.8개월)이 기존 항암제 치료군(6.9개월)보다 3개월가량 길었다. 병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은 무진행생존기간(PFS)도 바이오마커별 맞춤치료군(5.7개월)이 기존 항암제치료군(3.8개월)보다 2개월가량 길었다.
유전체 분석을 총괄한 김경미 교수는 “위암은 다양한 분석 기법을 동원해야 환자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복잡한 암”이라며 “이번 임상에서 MET 유전자 변이가 있거나 MET 단백질 과다발현 환자(전이성 위암 환자의 약 5%)에게 쓰는 사볼리티닙의 효과가 가장 드라마틱했다”고 전했다. 이어 “맞춤형 표적항암치료 전후에 내시경으로 암조직을 떼어낼 수 있었던 환자 25명을 조사해보니 치료 전에는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에 반응이 없었지만 치료 후 암세포 표면에 있는 PD-L1 단백질 발현이 크게 증가해 키트루다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총괄한 이지연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유전체, 면역염색, RNA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등 원스톱으로 여러 암 표지자를 한 번에 분석해 얻은 값을 토대로 한 맞춤치료 효과를 국내 의료진이, 국내 임상시험에서 세계 최초로 입증해낸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고 자평했다.
연구결과는 미국암학회 학술지인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 논문 인용지수 26.4)에 발표됐으며 ‘네이처’(Nature) 온라인 뉴스가 ‘혁신적 연구성과’로 소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전이성 위암 환자에 대한 유전체 분석을 통해 암세포 표면에 PD-L1 단백질이 과다발현되고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igh)이거나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양성인 경우 종양이 각각 50%, 30%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임상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