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사진=서울경제스타 DB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악성 댓글(악플)로 인한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비보를 접한 누리꾼들은 “설리법을 만들자”며 ‘댓글·인터넷 실명제’ 재도입에 대한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평소 인터넷과 SNS 등에서 익명의 누리꾼들로부터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심하게 앓아왔다는 점이 꼽힌다. 이에 분노한 한 누리꾼은 “중국에게 욕먹어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인간성은 쓰레기인 것 같다”면서 “댓글 실명제를 실시하고 설리법을 만들어 악플도 강하게 처벌해야 된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많은 누리꾼들은 “댓글 실명제 도입하라”, “이 기회로 모든 댓글 인터넷 실명제인 설리 법을 추진합시다” 등 댓글·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강력히 촉구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댓글 실명제를 하자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온라인 캡처
댓글·인터넷 실명제 시행과 함께 악플러들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한 청원인은 ‘인터넷 실명제 전면시행 합시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몇몇의 악플러들과 기자들은 그저 ‘비난’과 ‘조롱’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없는 심한 말들을 했다”면서 “그런 말들이 그 사람을 우울증이라는 어둠 속에 가뒀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익명성 뒤에 숨은 무책임한 발언들의 도가 심해지고 있고, 당사자는 목숨까지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에 댓글을 실명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청원인은 “(설리의 사망 소식이) 너무나도 가슴 아픈 기사였다”면서 “너무 늦었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하고 행동해본다, 인터넷 실명제를 전면 시행해달라”고 호소했다.
딸이 있는 한 아버지라고 밝힌 다른 청원인은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일반인들은 악플로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을까 우려된다”면서 “사이버 범죄는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을 비방하는 악플러들을 강력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수차례 도입된 적 있으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폐지 수순을 밟았다. 인터넷 상에서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 범죄가 빗발치던 지난 2003년, 정보통신부는 모든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실명제 단계적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억압과 정부 여론 검열 등의 우려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한해 한시적으로 실명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2007년 7월부터는 이용자 수 10만 이상 사이트는 개인정보를 입력해 가입한 후에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부분적 실명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까지 침해한다고 판단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인터넷 실명제 시행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악플로 고통받던 유명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으면서 댓글·인터넷 실명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그룹 ‘카라’출신 방송인 구하라씨가 악플로 인한 우울증에 고통받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었다. 2017년에는 그룹 ‘샤이니’출신의 가수 종현이 악성댓글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설리는 오후 3시 21분경 성남시 수정구 한 전원 주택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자인 설리 매니저는 13일 설리와 마지막 통화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아 집을 직접 찾아가 설리를 발견한 뒤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설리는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아임인턴기자 star45494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