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홍콩 인권법' 거센 공세…무역합의 또 먹구름

'홍콩 억압' 中인사 美자산 동결
시민 시위권 지지·최루탄 禁輸
3개 법안 하원서 잇달아 가결
상원 표결도 무난히 통과할 듯
"내정간섭…법안 심의 중단을"
中 '반격' 예고에 경색 우려속
전문가들은 '낙관론'에 무게


미국 하원 의회에서 홍콩의 민주화 촉구 시위를 지지하는 3개 법안이 잇달아 통과됐다.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반격 조치를 예고해 무역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관계가 홍콩 사태를 계기로 다시 악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미 하원은 홍콩인권민주법(홍콩인권법)을 포함해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 3개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6월 크리스 스미스 하원 의원 등이 발의한 홍콩인권법은 미국과 홍콩의 관계를 규정한 기존의 미국·홍콩정책법을 수정한 법안이다. 미 국무부가 매년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평가해 홍콩이 현재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지위를 재검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인물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미 하원에서 통과된 두 번째 법안(HR 543)은 중국의 홍콩 자치권 침해를 규탄하고 홍콩 시민의 시위권을 지지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마지막 법안(HR 4270)에는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 홍콩에 고무탄과 최루탄 등 시위 진압 장비 수출을 중단하는 내용이 들었다.

하원을 통과한 해당 법안은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현재 23명의 의원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홍콩 지지 법안은 상원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하원에서는 이와 별도로 캐나다가 가택연금 상태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미국 이송 절차를 개시하는 것을 촉구하는 HR 521도 채택됐다.


홍콩 사태를 놓고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중국 정부는 “강렬히 분개하고 결연히 반대한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16일 중국 외교부는 겅솽 대변인 명의의 기자 문답을 통해 “현재 홍콩이 당면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과 혼란의 조속한 진압”이라며 “미국이 정세를 분명히 보고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채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또 “홍콩 관련 법안 심의를 즉시 중단하고 중국 내정 간섭에서 손을 떼라”며 “만약 해당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이는 중국의 이익뿐 아니라 미중관계, 더 나아가 미국의 이익도 훼손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보냈다.

중국이 반격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역갈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양국 관계가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분위기다. 미국이 이달로 예정된 대중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한 10~11일의 미중 고위급 협상 ‘미니딜’ 합의의 후속 문서화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다만 해당 법안의 표결을 한 주 앞두고 양국이 합의에 이른 만큼 홍콩시위 지지 법안 통과가 향후 진행된 양국 추가 무역협상의 큰 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아직은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중국 내각 고문인 양휘야오 중국세계화센터 주임은 “(홍콩 시위 지지 법안 통과가) 다음달 양국이 무역합의에 서명할 것이라는 전망을 흐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하원의 법안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홍콩 시위대는 “민주주의의 승리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 시민들의 투쟁에 전 세계가 화답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민주화 시위 명분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홍콩 시위의 주역으로 꼽히는 조슈아 웡은 14일 집회에서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그 동맹국들도 홍콩 민주주의 탄압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제정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16일(현지시간) 캐리 람 행정장관의 시정연설 도중 야당 의원들이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연단에 ‘5대 요구 사항,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는 문구를 비추고 있다. /홍콩=EPA연합뉴스

시위 지지 법안 통과로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시정연설을 중단하는 등 또다시 곤욕을 치렀다. 오전11시 람 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시정연설을 시작하자마자 야당 의원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캐리 람은 즉각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설을 방해했다. 결국 시정연설을 마치지 못하고 20분 만에 입법회 의사당을 떠난 람 장관은 오후 녹화된 영상을 통해 3년간 1만가구의 공공주택을 건설하고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완화하는 등 민심을 달래기 위한 대대적인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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