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람 홍콩 장관 "모든 홍콩인 집 갖게 할 것"...주택공급 확대 발표

공공주택 1만채 짓고 임대료 보조금 지급
토지회수조례 적용해 총 700㏊ 회수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이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홍콩=EPA연합뉴스

홍콩의 민주화 촉구 시위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 행정장관이 민심을 달래기 위한 대대적인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람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시정연설에서 “주택 문제는 현재 홍콩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이자 사회적 불안의 원인”이라며 “모든 홍콩인이 자신의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정연설은 당초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오전 11시 시정연설이 시작하자마자 야당 의원들의 항의 시위로 연설이 중단됐다. 결국 시정연설은 이날 오후 녹화된 영상을 통해 TV로 방영됐다.

람 장관은 서민층 주택 공급을 위해 앞으로 3년간 1만 채의 공공주택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공공주택 건설 비용은 당초 20억 홍콩달러(약 3,000억원)에서 50억 홍콩달러(약 7,58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공공주택은 정부가 보유한 토지를 개발하거나,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가 보유한 토지를 빌려서 지을 계획이다. 대기자 수가 너무 많아 공공 임대주택에 아직 입주하지 못한 서민 등을 위해서는 내년에 두 차례에 걸쳐 임대료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생애 첫 주택 마련에 나서는 사람들의 대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제한도 완화했다. 지금껏 600만 홍콩달러(약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만 주택 가격의 90%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800만 홍콩달러(약 12억원) 이하 주택을 사면 90%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또, 1,000만 홍콩달러(약 15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는 주택 가격의 80%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홍콩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토지회수조례’를 강력하게 적용해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쌓아놓고 개발하지 않은 토지 등을 회수하기로 했다. 토지회수조례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정부가 민간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법규이다.

람 장관은 “지난 5년간 토지회수조례를 통해 회수한 토지는 20㏊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5년간 400㏊를 회수하는 것을 비롯해 총 700㏊의 토지를 회수해 주택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지나 주택을 정부에 기부하는 부동산 개발업체에는 프로젝트 인허가 촉진 등의 혜택을 투기로 했다.

90만 명의 학생에게는 매년 2,500홍콩달러(약 38만원)의 교육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의 주역인 젊은 층을 회유하려는 조치로 읽힌다.

아동 보육시설도 확대해 취학 전 아동 1만 명을 위한 보육시설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장애아 등 특수아동 5,700명을 위한 보육시설도 짓기로 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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