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스퀘어 빌딩
공실 우려가 커지던 서울 오피스 빌딩 몸값이 달아오르고 있다. 오피스를 인수해 주거용 오피스텔 등 분양형 상품으로 개발하면 돈이 된다고 판단한 개발사들이 베팅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서울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신규 공급이 막히자 오피스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17일 부동산 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옛 극동빌딩) 빌딩 인수전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매각 주관사인 CBRE코리아와 신영에셋이 16일 진행한 본입찰에 참가한 후보들은 시세보다 웃돈을 내고라도 인수하겠다며 적극 공세에 나섰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든자산운용은 개발사업을 하는 미국계 부동산 투자사 안젤로고든과 손잡고 3.3㎡(1평)당 2,200만원의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매각가(평당 2,000만)대비 10% 이상 높은 가격이다. 도심권(CBD)이 아님에도 서울 여의도권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다. 이든 측은 내년께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는 일부 임차인에 추가 비용을 주고라도 내보내고 다른 상품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로 알려졌다.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 역시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SK D&D와 손잡고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형 임대주택이나 분양형 오피스텔 등 다양한 용도로 바꿔 개발하면 수익이 난다고 본 것. 입찰가도 평당 2,000만원 이상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남산스퀘어는 CBD가 아니란 점에 건물 소유주 측이 비핵심자산으로 분류, 경기 하강에 대비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4호선 충무로역 인근의 지리적 이점과 도심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중단돼 인근에서 신규 주거 부동산 상품이 공급되기 힘들다는 점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예상 매각가가 높아지면서 건물 소유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차익도 상당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2009년 지이NPS제1호리츠를 통해 3,100억원에 건물을 인수했다. 평당 2,200만원(약 5,400억원)에 매각한다면 국민연금은 투자 11년 만에 투자금의 60%에 해당하는 웃돈을 가져올 수 있다.
당분간 서울 시내 주요 오피스 몸값은 우상향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도심과 여의도 등 주요 지역 재건축 신규 공급이 막히면서 개발사와 운용사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모습”이라며 “다만 인허가 등 계획대로 개발이 진행되지 못하면 시세 대비 고가 인수가 수익률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