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지도 않고 0점을 주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개봉 전에 0점을 받으면 참 억울합니다.”
지난달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개봉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배우 김명민은 유독 긴장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반공’ ‘국뽕’ 프레임이 씌워져 영화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역력했다.
다음주 개봉을 앞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경우는 영화화가 결정된 순간부터 주연배우로 정유미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까지 번번이 악성 댓글 테러에 시달렸다. 14일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나온 기사들에도 악성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네이버 평점 코너가 이달부터 개봉 전 영화에는 평점을 줄 수 없도록 바뀌면서 평점 테러는 면했지만, 다음에서는 ‘이런 돼먹지 않은 영화’ ‘안 봄’ 등의 악의적 내용과 함께 0점을 준 댓글들이 상당해 평균 평점은 6.7점이다.
주연배우들은 애써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유미는 “어느 정도 반발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면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겠다는 입장이고, 배우 공유도 “결과와 상관없이 영화를 찍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품성이나 메시지와 상관없는 평점·악플 테러가 줄 영향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한 모양이다. 지난해 정유미의 출연작인 영화 ‘염력’은 용산참사를 다뤄 주목을 끌었지만 개봉 전부터 ‘0점 테러’를 당해 5점 안팎의 평점을 받고 흥행에서도 참패한 바 있다.
정지우는 2016년 출간한 ‘분노사회’에서 퇴행한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증오, 타자의 잣대에서 발생한 수치심과 열등감이 한국을 분노사회로 만들었다고 진단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익명의 뒤에 숨은 0점 폭탄과 댓글 테러는 개봉조차 안 한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일까, 내재된 분노의 표출일까. 자신의 생각과 다르고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는 이유로 파괴적인 글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평점·댓글 테러’는 우리 사회가 치유해야 할 또 하나의 ‘상처’다. 오늘도 쌓여가는 ‘0점’과 공격적인 댓글을 보며 개봉을 앞둔 영화뿐 아니라 댓글을 단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동시에 드는 이유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