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품 및 디스플레이 장비생산 업체인 케이엔제이가 코스닥 수요예측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연내 상장 기업공개예정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소부장’기업들도 기술력 및 실적에 따라 상장 이후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이티엠반도체·현대에너지솔루션·제이앤티씨·피피아이·제이엘케이익스펙션 등 다수의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이 연내 수요예측을 거쳐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자율주행 등 핵심 제조사업의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국산화 정책과 함께 내년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대폭 확대겠다고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1·4분기 공모가 상단 확정 비율이 90%를 넘어섰던 IPO 시장은 이후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 분기 공모가 상단 비율이 60%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9월 공모를 진행했던 라닉스와 올리패스는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에 공모가를 절반 가까이 깎기도 했다. 하지만 케이엔제이는 반도체 부품인 탄화규소(SiC) 포커스 링 등 국산화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주목받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열기에 과거 상장에 실패했던 국내 부품 기업의 재상장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곡면 강화유리 및 커넥터 제조업체 제이앤티씨는 2016년 상장 추진 당시 매출의 90% 이상을 의존하던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폭발 사고로 상장을 접었지만 이후 기술 혁신을 통해 고객사를 다변화하면서 올해 다시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미국 인텔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데이터센터용 도파로 회절격자(AWG) 납품업체로 단독 선정됐던 피피아이 등 다수의 기업이 향후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이미 상장이 이뤄진 종목 중 ‘소부장’ 종목들도 기술력에 따라 주가 성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장된 전자부품 제조업체 세경하이테크는 공모가(3만5,000원)를 44.6%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시스템 반도체 기업 라닉스는 상장 한 달 만에 주가가 공모가(6,000원)보다 46.7% 올랐다. SK증권 리서치센터는 “11월부터 다음 해에 대한 산업 전망이 증권사와 산업분석기관으로부터 발표되기 때문에 다음 해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형 종목 위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높은 공모가를 확정하고도 수익률이 기대를 밑도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소부장’을 또 하나의 테마주로 보고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력이나 실적에 따른 기업 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 보안 솔루션 기업 아톤은 7%나 하락했고, 1,12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슈프리마아이디는 공모가(2만7,000원)를 28.9% 밑도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 대형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소재부품 국산화 테마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실제 실적까지 연결되기가 만만치 않다”며 “투자시 펀더멘털에 따른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