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철 변호사는 얼마 전부터 자동차를 몰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급할 때는 택시를 탄다. ‘블랙박스 아저씨’라는 별명이 붙을 때쯤 자연스레 운전대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워낙 끔찍하고 잔인한 사고를 블랙박스 영상으로 접하다 보니 운전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교통법규와 교통문화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교통사고를 마치 과태료만 납부하면 되는 경범죄 수준으로 보는데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엄연한 범죄행위”라며 “접촉사고가 일어났을 때 상대방에게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안 하고 보험사랑 얘기하라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으로 강화된 음주운전 처벌 기준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영상을 수도 없이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음주운전에 관대한 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주운전을 그 자체로 교통사고로 봐야 한다”며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것 자체가 ‘묻지마 살인’이라는 의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 위반을 하지 않은 이상 처벌하지 않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무단횡단 사고가 의외로 많이 일어난다며 이에 대한 법령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단횡단을 하다 적발되면 벌금이 3만원인데 300만원 수준으로 올려 아예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차량 위주로 도로체계가 이뤄진 탓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민들이 무단횡단을 안이하게 생각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급발진 사고에 대해서는 자동차 제조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에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차량 자체의 결함을 밝히는 게 쉽지 않기에 입증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급발진 사고를 재현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했다.
고령자 운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석을 내놨다. 그는 “일단 나이가 들어 잘 안 보이고 안 들리면 운전을 하지 않는 게 좋다”며 “고령자가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국가에서 10만원을 돌려주는데 이 금액을 올리고 노인들은 할인된 가격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실버 택시’ 같은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는 최근 구독자 30만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많은 교통사고 영상을 보유한 플랫폼이 없어 외국인들의 방문도 부쩍 늘었다. 그는 “한문철TV 누적 영상이 2,400개를 넘어섰고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제보로 매달 400여개가 추가된다”며 “글로벌 교통사고 전문 콘텐츠로 도약하기 위해 외국어 자막 서비스도 추가하는 등 다양한 변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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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경기 고양
△1985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제27회 사법시험 합격
△1992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2003년 법무법인 스스로닷컴 대표변호사
△2012년 법제처 교통분야 국민법제관
△2013년 도로교통공단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2018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2019년 경찰청 법률자문단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