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터키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터키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 민병대(YPG) 간 조건부 휴전을 논의하고 있다. /앙카라=AP연합뉴스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을 공격한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YPG)의 철수를 조건으로 5일간 군사작전을 중지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터키의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한 후 미국과 터키가 5일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쿠르드 민병대원들이 안전지대에서 철군한 후 터키가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휴전조건은 터키가 설정한 안전지대 밖으로 YPG가 철수하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터키 측은 YPG가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이미 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과 접촉 중이며, 그들은 철수에 동의했고 이미 철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휴전이 영구화하면 당초 계획대로 시리아 북부에서의 미군 철수를 계속 추진하고 터키에 가했던 제재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이 같은 조건부 휴전 합의를 발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휴전 협정이) 수백만명을 살렸다”면서 “미국·터키·쿠르드에 대단한 날이다.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라고 자축했다.
그러나 터키 측이 “휴전이 아니라 일시적 작전 중단”이라고 선을 그은데다 SDF 측이 휴전 준수를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 일시적 휴전을 대가로 미국이 터키가 원하는 것을 다 내줬다는 비판이 미 공화당 내부에서 나오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를 상대로 한 터키의 승리’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러시아·이란과 마찬가지로 터키 대통령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평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터키와의 합의안을 가리켜 “미국 외교정책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우리의 동맹과 적들에게 우리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 의원은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이것은 휴전이 아니다”라며 쿠르드족 입장에서는 ‘우리가 너를 죽이기 전에 여기서 나갈 100여시간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미 상원은 이날 펜스 부통령의 합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친트럼프계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과 민주당의 크리스 밴홀렌 의원의 주도로 터키 제재법안을 예정대로 발의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