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대어로 평가되는 현대카드가 주관사 선정에 나섰음에도 증권사들은 눈치만 보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진성 IPO인지부터 공모규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에서 현대카드가 입찰 전 미팅을 자제하고 있고 재무적투자자(FI)까지 고려한 기업가치 산정을 해야 하는 탓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 주요 증권사에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대형 IPO 딜이 크게 줄면서 증권사들의 현대카드 상장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RFP를 받지 못한 증권사는 개별적으로 요청해 받아 갔고 JP모건·모건스탠리·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도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하지만 이번 눈치 싸움은 과거의 IPO 주관사 경쟁과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이는 현대카드가 촉발한 측면이 있다.
IB업계가 전하는 내용은 이렇다. 현대카드는 입찰제안서 제출 전 증권사와의 만남을 공식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서 제출 이전에 발행사와 증권사 실무진이 만나 상호 정보를 교류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이런 사전 작업이 없다고 한다. 만남을 원하는 증권사들도 있지만 현대카드는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를 참조해 입찰을 준비하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IPO의 의지가 있는지에도 다소 의구심 있는 눈으로 본다. 한 IB 업계 임원은 “대기업 계열사 IPO는 상장 추진 1~2년 전부터 증권사와 교류하며 원하는 기업 가치 및 상장 일정을 논의하는 게 보통의 사례”라며 “그런 절차가 없을 뿐 더러 실무자 접촉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기업가치 산정도 쉽지는 않다. 삼성카드(029780) 이외 비교할 동종 상장사가 없어 대상을 외국 기업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재무적 투자자(FI)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지난 2017년 외국계 사모펀드운용사(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통해 현대카드 지분(24%)을 3,700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당시 FI들이 평가한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 5,000억~1조6,000억원 수준. 자신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현대카드에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도 갖고 있다. 결국 현대카드는 FI들에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야 해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공모까지 진행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무작정 높은 가치로 IPO를 추진하기 어렵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카드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5인 점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를 2조원 이상 제시하면 공모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