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이어 한국은행이 16일 3개월이 채 안 돼 기준금리(1.25%)를 또 낮추면서 1,000조원에 가까운 시중 부동자금은 더욱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지경에 놓이게 됐다. 금리는 떨어졌지만 경기 부진이 7개월째 지속돼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으로 쉽게 옮겨타기 어려운 투자자들은 최근 관심을 모으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나 로또급 아파트 청약 등 수익과 안정성이 높은 단기 이벤트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당분간 초저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부동자금을 보유한 개인들은 수익률 눈높이를 낮추면서 균형 잡힌 자산 배분의 필요성이 커지게 됐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부동자금으로 분류되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합친 규모는 6월 말 기준 989조6,795억원으로 1,000조원에 가깝다. 이들 자금은 현금화가 쉬운데다 계속 보유하기보다는 투자처를 모색하는 성격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서 가뜩이나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부동자금은 투자처를 찾기가 더 험난해진 셈이다. 저금리로 이미 이자 수익률이 연 2% 밑으로 추락한 은행 예·적금 등 금리확정형 상품은 매력이 더 떨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시중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조만간 따라 내릴 예정이어서 정기예금 금리는 1%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부동자금이 증시 등 직접 투자로 이동할 가능성은 낮은데다 최근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위험 투자 상품들도 경고음이 커져 대안 투자처를 찾는 일은 한층 좁은 길이 됐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저금리 극복형’ 투자 상품을 제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3∼5% 배당수익률이 나오는 우량주, 임대수익률이 확보된 배당형 리츠, 해외 채권형 펀드들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6% 수익률을 제시해 8∼11일 일반인 공모에 4조8,000억원이 몰린 ‘롯데리츠’의 청약 대박에서 보듯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리츠 공모가 이어지면 뭉칫돈이 ‘게릴라’ 식으로 몰려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서울스퀘어와 강남N타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NH농협리츠가 연내 공모를 앞두고 대규모 부동자금을 또 한 번 끌어들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리츠도 결국 상업용 부동산을 기초로 한 자산이어서 국내 및 글로벌 경기 상황을 면밀히 따지면서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리츠와 함께 고수익이 예상되는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으로도 부동자금이 대거 눈치작전을 벌이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규제나 세금 부담에서 자유로운 현금 부자들의 자금이 ‘로또 분양’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수요는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의 거시적 실효성 점검’ 보고서에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에서 금리 인하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와 신용 경색을 유발할 뿐 아니라 일부 투기적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정성을 갖춘 예·적금이나 투자 상품을 선택하려면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 목표를 낮추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수익률을 높이려 할 경우도 투자 자산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한 만큼 개인이 재테크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면서 발품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