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객 눈높이 못맞춘 포에버21...75% 폐점세일하자 인산인해

폐점 한달 앞둔 명동점 가보니
온라인몰은 재고 모두 소진

“19,900원짜리 니트 한 장에 5,000원도 안 돼요. 가성비가 별로라 평소에는 구입하지 않았는데 한 철 입는 옷을 산다는 생각으로 왔어요.”(21세 서모씨)

20일 오후 포에버21(Forever21) 명동점. ‘영원한 폐점’ 소식에 그간 외면받던 포에버21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신제품, 이월상품 가릴 것 없이 최대 75% 할인이 진행되면서 서 씨처럼 10여 벌씩 손에 들고 쇼핑을 하는 손님들이 수두룩했다. 피팅룸을 폐쇄해 입어보지 못하는 불편함이 따랐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거울 앞에서 옷을 걸쳐보고는 구매를 결정하고 있었다.

계산대 앞 대기 인원만 100명이 넘어 매장 밖을 빠져나가려면 1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였다.


전품목 75% 할인을 진행하는 포에버21 명동점에 20일 고객들이 들어가고 있다./허세민 기자

포에버21의 한국 시장 철수는 미국 본사의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것이다. 지난 1981년 재미교포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설립한 포에버21은 ‘영원한 21세를 위한 옷’이라는 브랜드명처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1020세대 소비자를 공략했다. 자라, H&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제조·유통 일괄형(SPA)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온라인 쇼핑 트렌드 등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며 사세가 기울었다.

포에버21은 현재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전 세계 800여 개 매장 중 350여 개 점포를 정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서도 철수한다. 서울 명동, 홍대점 등 두 곳 매장 모두 문을 닫는다.

포에버21이 국내에서도 자리 잡지 못한 까닭은 ‘디자인’과 ‘품질’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포에버 21은 한국인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한 토종 SPA 브랜드와 트렌디한 온라인 기반 패션 브랜드 사이에서 설 곳을 잃은 지 오래됐다”면서 “‘15달러 원피스’ 등 초저가가 무기였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점차 높아지면서 가격만 싼 브랜드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포에버21 명동점 카운터에 20일 수많은 고객들인 결제를 위해 줄을 서 있다./허세민 기자

파격 세일에 온라인 매장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온라인몰은 오는 29일까지 최대 80%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재고 소진이 앞당겨지면서 18일부로 영업을 조기 종료했다. 매장 관계자는 “손님들이 너무 몰려서 어제는 매장 폐점 시간을 오후 8시로 2시간 당겼다”면서 “세일 기한이 11월 24일까지인데 지금 같은 속도로는 오프라인 매장도 일찍 마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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