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담보로 빚낸 오너 2배 늘었다

최대주주 변경수반 株담대 계약
코스닥 작년 67건서 올 119건
"현금 확보 시급하니 위험 감수
그만큼 경영환경 어렵다는 방증"


코스닥시장에서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최대주주가 올 들어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증시부진으로 주식·채권 발행 등이 여의치 않자 ‘경영권 상실’을 감수하더라도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올 들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공시가 총 119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7건에 머물렀던 이 수치는 올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16년과 2017년도에도 관련 공시는 각각 59건과 57건이었다. 거래소에서는 2015년부터 채권자의 담보권 행사 시 최대주주가 지위를 잃게 되는 주식담보 계약을 맺으면 그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나는 주요한 이유로는 경기 및 증시침체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가 꼽힌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코스닥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주식·채권 발행 등이 여의치 않은 오너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저축은행이나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고 있다. 국내 동물사료 업체 A사의 대표이자 최대주주인 김영택(가명)씨는 올 1·4분기 영업손익이 적자 전환하자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2.87%를 담보로 한 증권사에서 1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앞서 받은 주담대까지 합치면 그의 지분 13.89% 중 11.48%가 대출 담보로 잡혀 있다.

다만 일부 기업들의 경우 무자본 인수합병(M&A)이나 회사 본업과는 상관없는 투자 등 변칙적인 재무활동을 위해 최대주주가 회사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융통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의 지분담보 대출 증가가 증시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도진 한국회계정보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일반적으로는 차입이나 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하기 어려우니 나 자신을 담보로 돈을 끌어오는 것”이라며 “자본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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