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 "北석탄 밀거래 의심 선박, 日항구 수차례 드나들어"

韓정부 제재 받은 선박 최소 26차례 日 기항
러시아·중국 등 거쳐 석탄 원산지 위장했을 가능성

북한과 중국의 수교 7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6일 북중 접경인 압록강에서 경비정으로 보이는 북한 선박이 항행하고 있다. /단둥=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에 근거해 입항을 금지한 화물선이 수차례에 걸쳐 일본 항구를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고 교도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그간 다른 일본 언론매체를 통해 간간이 보도됐던 내용이지만 관련 선박 수와 누적 횟수가 가장 많아 주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2017년 8월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북한산 석탄 수입에 관여한 혐의로 한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이후 제재를 가한 여러 척의 선박이 최소한 총 26차례에 걸쳐 일본 각지에 기항했다. 교도는 민간업체의 선박추적 데이터와 일본 해상보안청 정보를 분석한 결과라며 한국 정부가 입항금지 조처를 하기 전까지를 포함하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 해당 선박의 일본 기항 횟수가 100차례를 넘는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이들 선박이 북한 입항을 전후해 러시아와 중국에 들르는 방법으로 석탄 원산지를 위장해 유엔 제재를 피하는 거래에 일본 항만이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확인했지만,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원이 되는 북한의 석탄 밀수출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선박이 자유롭게 일본 항구를 드나든 실태가 밝혀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17~2018년 러시아로 원산지를 위장해 북한산 석탄 등을 들여오는 데 관여한 선박 10척의 입항을 지난해 8월 이후 금지했다. 이 중 2척은 유엔이 지난해 3월 공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산 석탄 밀수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한 선박이었다.

교도는 유엔의 제재 결의 이후 이들 10척 가운데 8척이 일본에 기항했고, 한국의 입항 금지 이후로도 6척이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1척은 한국 입항이 금지된 직후 선박명과 선적을 바꾸고 홋카이도, 니가타, 아키타 항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북한 국적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일본 법망을 피해 일본 각지의 항구에 기항할 수 있었던 것은 파나마 등으로 선적을 바꿨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교도는 해상보안청이 해당 선박의 일본 입항 때 검사에서 금수 물자의 반입사실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2017년 8월 채택한 결의를 통해 북한의 주요 외화 가득원인 석탄 수출을 금지하면서 북한 석탄 밀수 관여 의심 선박의 입항 금지 의무 등을 회원국에 부과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주장하면서도 아베 총리가 원하는 북일 정상회담 실현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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