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순 마사회장 "89%가 불법 사설경마...중독성 강해 근절책 절실"

[서경이 만난 사람]
불법단속처·고객보호처 신설하고
마사회 마권 구매 계좌 상한 설정
인터넷진흥원과 스팸 차단 협약도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이호재기자.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은 최근 국민신뢰경영을 선포하면서 국민과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건전한 경마문화 조성을 중요한 경영원칙의 하나로 꼽았다. 특히 경마 서비스 공급자로서 고객보호 강화를 강조한 대목이 두드러졌다.

김 회장은 경마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키우는 주범으로 불법 사설경마를 지목했다. 경마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서 정한 카지노·복권·경륜·경정·체육진흥투표권·전통소싸움과 함께 7개 사행산업 중 하나다.

김 회장은 “마사회 매출은 7조6,000억원 정도인데 불법 사설경마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면서 “규모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국민이 불법 경마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불법 경마는 통제가 불가능하고 제약도 없어 중독과 직결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사행산업 관련통계에 따르면 카지노·경마·복권 등 합법 사행산업과 관련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은 비중은 10.9%에 불과했고 나머지 89.1%는 불법 도박과 관련돼 있었다.


김 회장은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볼 때 불법 경마는 하루빨리 근절해야 한다”고 강변하며 “마사회 내 불법단속처와 고객보호처 등을 묶어 ‘건전화본부’로 격상시키고 전쟁을 선포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는 불법 경마가 수면 아래에 숨어 있어 단속이 곤란하다는 점이다. 불법 경마는 주로 마사회 경주 영상을 불법으로 유출해 온라인상에서 거액의 베팅을 하는 수법으로 이뤄진다. 모바일 이용이 가능하고 베팅 금액에 제한이 없으며 금액의 일부를 되돌려준다는 유혹 때문에 쉽게 빠져들어 결국 큰돈을 잃게 된다. 최근에는 중계방송의 소리만 녹음한 파일을 그래픽화해 경마에 활용하기까지 한다. 경마공원 전체의 전파를 차단해야 하는데 이용객들의 휴대폰 때문에 실행이 불가능하다. 마사회도 전담기구인 불법단속처를 신설하고 포상금을 높이는 등 불법경마 근절에 전력하고 있지만 인적·기술적·제도적으로 한계가 있어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불법도박은 급속도로 확산되는 데 반해 부산과 창원경륜공단이 경주를 중단하는 등 합법 사행산업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나 관계기관의 협력은 물론 불법시장을 키우는 합법 사행산업의 과도한 규제에 대한 현실적 검토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김현권·오영훈·박주현·정인화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이용자 보호 중심의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기도 하는 등 불법 경마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다.

마사회는 과몰입 예방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전담조직인 고객보호처도 새롭게 마련했다. 아울러 마사회에 계좌를 개설하고 마권을 구매할 수 있는 ‘마이카드’의 자가 상한설정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 12일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 국민이 휴대폰을 이용해 신고한 스팸 문자에 포함된 불법 사이트 인터넷주소(URL)를 신속히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양 기관은 불법 도박 정보공유, 불법 경마 사이트 단속·차단과 분석·연구,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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