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왼쪽) 금융감독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1일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해 “금융사가 일종의 겜블(도박)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그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다음 달 DLF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금융사의 피해자에 대한 배상비율을 결정할 예정인데, 높은 수준의 비율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DLF는 기초자산이 독일 국채금리이고 어느 정도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손실을 소비자가 부담하고, 금리수준이 높으면 투자자가 수익을 올리는 구조”라며 “따지고 보면 괜한 일을 한 것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투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도박과 비슷한 상품이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투자자도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책임이 금융회사에 있다”며 “금융회사가 보상을 해야 하고 소비자 보호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배상비율이 70%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감원 분쟁조정 배상비율은 투자에 대한 자기 책임 원칙도 감안돼 이론적으로 최대 70%다. 과거 불완전판매가 심한 특정 사례에서도 50% 배상 비율이 책정된 바 있다.
윤 원장은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 금지 방안에 대해서는 “은행에서 그런 상품을 파는 것이 어느 정도 부적절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이런 상품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막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원천 판매 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 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은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진행한 후 등록요건에 맞지 않으면 운용사를 퇴출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진입장벽도 더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DLF나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금감원이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한다는데 유동성에 문제가 있거나 기준요건에 미달할 경우 운용사를 시장 퇴출할 의사도 있나”고 물었다. 이에 윤 원장은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일단 할 것이고 이미 진행 중인 부분도 있다”며 “운용사를 퇴출하는 것은 절차가 있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금융위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윤 원장은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라는 김 의원의 후속 질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요건에 안 맞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 역시 이어 마이크를 잡고 “자본잠식이나 요건이 안 맞는 운용사들은 정리하고 전체적으로 잘못된 관행은 지도할 것”이라며 “사모펀드 진입 장벽은 더 낮출 계획은 특별히 없다. 강화까지는 이 자리에서 단정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