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코딩 기초 배우는데 '한국판 페북' 나오기 어려워"

[교육개혁이 미래다-말뿐인 SW 강국]
저커버그 등 중·고생때 이미 교육
20대에 거물로 성장할 회사 만들어
국내도 학생창업 늘고 있지만 한계
내실있는 SW 공교육 뒷받침돼야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모두 중·고등학생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워 20대에 각각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을 창업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코딩을 배우는 한 한국에서 이 같은 창업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양질의 소프트웨어(SW) 교육은 향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스타트업의 창업과도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이들 정보기술(IT) 거물과 같은 사례가 나오기 위해서는 초중고교에서 대학으로 이어지는 양질의 SW 교육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고려대·서강대·세종대·아주대 등 8개 대학은 지난 2015년 SW 교육 선도를 위한 1차 ‘SW 중심대학’에 지정된 이래 빠른 창업 확대 효과를 보고 있다. 이들 8개 학교에서 SW를 전공한 학생들이 창업한 기업은 지난해 총 53곳에 달하며 2016년 23곳 대비 130%, 2017년 27곳 대비 96% 급증했다. 올해 첫 졸업생이 배출된 상태임에도 일찌감치 교과과정 개편, 산학협력 강화 등을 단행한 효과를 선제적으로 나타내주는 셈이다.


이처럼 SW 전공 대학생들의 창업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성균관대의 경우 3학년 학생이 올해 초 창업한 ‘헬로퓨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네트워크에 보관되는 개인정보·기밀문서 등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암호화하는 솔루션 개발을 내세워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6,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성휘웅 헬로퓨처 대표는 “코어 역할을 하는 프로그래밍 기술이 없다면 창업 아이템이 있어도 완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며 “(창업하는 데) 반드시 SW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포츠학과로 입학한 성 대표가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성 대표는 “중고등학교 시절 독학으로 코딩을 배워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배우기 전에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창업을 하면서 (대학) 수업에서 배운 것 이상으로 어려운 기술과 더 넓은 영역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헬로퓨처와 같이 잠재력이 높은 창업이 더욱 늘어나려면 독학이 아닌 공교육에서 내실 있는 SW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초중고교에서 SW 기초를 탄탄히 닦고 폭넓은 전공 탐색 과정 등을 거친 뒤 대학 교육과 연계될 때 질 높은 창업이나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SW 교육은 인공지능(AI)·알고리즘·블록체인·빅데이터 등 모든 분야의 기초이자 핵심 기술이 될 수밖에 없기에 SW 교육 강화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대학에서 SW를 전공해 운이 좋아 구글에 입사해도 5년 내 매니저를 달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영어 배우듯이 코딩을 배워야 하는 시대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주 1시간, 고학년부터는 국·영·수와 동일한 시수로 코딩을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서종갑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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