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외국인 투자 기업인에게 듣는다’ 특별좌담회에서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권태신(왼쪽부터)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 /성형주기자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갈라파고스 규제’들은 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
“미국 기업인들은 최근 한국에 도입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처벌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특별좌담회에서 외국인 투자 기업인들은 이 같은 우려를 쏟아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싱가포르·일본·중국·홍콩에 비해 정보기술(IT) 인프라나 인력의 높은 교육수준 면에서 세계 최고”라면서도 경직된 노동시장과 갈라파고스 규제 등을 투자의 장애물로 꼽았다.
특히 김 회장은 “많은 외국 기업인들이 한국의 노동시장을 어려워한다”며 “기업들이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국 정부가 노동 유연성 확대에 성공한 미국의 ‘임의고용 원칙’을 참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칙은 기업이 인력을 필요로 할 때는 더 많이 고용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정리하도록 하는 한편 개인 역량에 따라 70~80대에도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은행의 경우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고용노동부가 업계의 의견을 적극 청취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문제는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노동정책 변화에 있어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들도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 걸림돌로 꼽혔다. 특히 김 회장은 최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언급하며 “미국의 비슷한 법은 담당자만을 처벌하는 반면 한국은 CEO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최대 징역 3년,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너무 큰 리스크”라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이어 “한국의 준수비용(Compliance Cost)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호소하는 외투 기업들이 많다”며 각종 조사와 감사에서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더 사무총장 또한 “이미 독일에서 5만㎞의 주행 테스트를 거친 자동차를 한국에 수입하기 위해서는 2만㎞ 주행 테스트를 반복해야 한다”며 “의류·제약·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해 유럽에서 거친 테스트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최근 혁신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많은 국가가 핀테크 등에 대한 규제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제 표준을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 기업인은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들어 한국 경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의 악명 높은 노동 경직성과 실업수당 구조를 개혁해 국가를 견실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과거 유럽이 3~5% 성장률을 기록하던 1960~1970년대에 만들어진 제도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 경제를 겨냥해 “6~7% 성장할 때의 법과 시스템을 아직도 유지해서는 절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도 최저 수준으로 만들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그 결과 미국은 사상 최고의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고 여성·히스패닉·아시아계 실업률 등 모든 경제지표가 우호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여 한미가 ‘윈윈’하는 상황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올해 국내투자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해외투자는 증가해 탈한국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기업환경을 개선해 국내외 기업 모두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또 “투자 주체인 기업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국을 기업 하기 좋고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