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을 우선 처리하려던 당정의 속도전에 제동이 걸렸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3법(공수처·선거법·검경수사권조정) 가운데 민주당이 요구하는 공수처 우선 처리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안신당은 공수처와 선거법 등 3법을 12월 일괄처리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이 ‘옥상옥’, ‘제2의 검찰’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고 바른미래당 역시 권은희 의원이 낸 법안과 조율되지 않으면 동조하지 않을 분위기다. 대안신당마저 우선 처리 불가로 의견을 모으면서 공수처 법안 단독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날 문희상 국회의장은 공수처 법안과 관련해 “법이 허용하는 내에서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 이후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은 법사위로 넘어가 체계·자구심사 과정 90일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의장은 직권상정을 하기 전에 여야가 법안과 관련해 협의해 절충점을 찾으라는 입장이다.
23일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공수처와 관련한 사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야권 인사에 대한 표적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공수처 법안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실무협의가 타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은 23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성사 및 선거제도 개혁 통과 결의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군소정당은 의석수를 늘릴 수 있다. 선거법보다 공수처법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셈이다.
공수처를 두고 야권의 분위기가 나빠지면서 문 의장 직권상정 후 한국당을 배제한 채 법안 통과는 어려워졌다. 현재 국회 제적의원 297석 가운데 149석 이상이 동의해야 법안이 통과된다. 민주당은 128석, 한국당은 110석이다. 민주당 모두가 동의하고 정의당(6석)과 민중당(1), 친여 성향의 무소속(문희상·손혜원·손금주·이용호) 4석을 다 해도 139석에 불과하다. 바른미래당(28석)과 대안신당(10석), 민주평화당(4석) 등의 동의 없이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특히 문 의장이 직권상정한 후 통과가 안 되면 민주당으로선 큰 타격을 입는다. 야권 관계자는 “애초에 패스트트랙은 선거법과 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이 세트였다”며 “공수처법을 선거법보다 우선 처리해야 하는지 설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