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와(令和) 시대’를 여는 일왕의 첫 메시지에 각별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갈수록 나빠지는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일본은 급격히 우경화하면서 과거의 침략을 부정하고 있다. 급기야 7월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양국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이다. 이로 인한 양국의 경제피해는 상당하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소재를 확보하는 데 차질을 빚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도 한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한국에 대한 수출도 20% 가까이 줄었다.
새 일왕은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전후세대지만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으로부터 전쟁의 참상을 전해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레이와 시대를 일각의 우려처럼 군국주의로 치닫게 하기보다는 부친의 ‘평화주의’를 계승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때마침 즉위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가 24일 아베 총리와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관계개선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조화’와 ‘평화’의 뜻을 품은 레이와 시대에 걸맞게 한일 양국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한 차원 발전된 관계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