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또 현금복지 펑펑...청년수당 10만명으로 확대

청년수당 10만명으로 확대
월20만원 월세수당도 신설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서울시 청년출발지원정책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가 내년부터 청년수당 수급자 규모를 3년간 총 10만명으로 확대하고 월 20만원의 청년 월세수당을 신설한다. 2년간 취업에 실패한 저소득층 청년이라면 누구나 청년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출을 취업계획과 비교해 관리하는 중앙정부와 달리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수당이어서 ‘현금 퍼주기식’ 포퓰리즘 복지라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서울시 청년출발지원정책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월 50만원의 구직비용을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수당 수급자 규모를 현재 연 7,000명에서 내년 3만명, 2021~2022년 각 3만5,0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서울시가 추산한 청년수당의 잠재적 사업 대상자(중위소득 150% 미만, 졸업 이후 2년간 미취업) 전부에 해당한다. 박 시장은 “기본소득의 출발이라고 해석해도 좋다”고 말했다.

월세 20만원을 최대 10개월간 지원하는 ‘월세수당’은 내년에 새롭게 지급된다. 사업 대상은 중위소득 120% 이하로 1인 가구인 만 19~39세의 청년이며 사업 대상은 내년 5,000명, 2021~2022년 각 2만명으로 총 4만5,000명이다. 서울시는 청년수당과 월세수당을 위한 사업 예산으로 3년간 4,300억원을 예상했다. 국비 없이 전부 시비로 충당된다.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취업준비생에게 최대 6개월간 매달 50만원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의 유무에서 차이를 보인다. 고용부 지원 대상에 선정된 청년은 구직활동계획서를 제출하고 구직활동 요령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예비교육과 함께 취업 관련 동영상을 매당 수강해야 하며 구직활동 결과도 매월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지원금을 일시불로 30만원 이상 지출하면 사용처와 구직활동 관련 여부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소명이나 증빙이 부실하면 ‘부실처리’된다. 부실처리가 2회 누적되면 다음달 지원금을 주지 않으며 부실처리 3회 시에는 지원금이 중단된다. 고용부는 엄격한 모니터링을 통해 구직활동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을 때만 수당을 지급할 방침이다.

반면 서울시는 일단 지급한 수당에 대해 이 같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현재 청년수당 제도를 내년에도 준용할 방침으로, 수당 지급 대상자가 되면 사전교육 후 청년수당 카드를 받게 된다. 단란주점 같은 유흥업종, 사우나 등 위생업종, 실내외 골프장 등 레저업종, 복권 등 사행업종 외에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취업을 돕기 위해 푼 세금이 구직에 직접 사용되지 않아도 되느냐’는 합목적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박 시장은 “우리 청년들을 믿어야 한다”며 “보조금을 지원할 때 영수증을 갖추고 하는 행동은 불신에 기초한 행정으로 이로부터 초래되는 비용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은 “무작위로 영수증을 받아 실제로 어디에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도 도덕적 해이 논란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안이한 인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3~5월 지원금 사용 실적을 받은 결과 수급자 3만79명 가운데 ‘부실’ 경고 대상이 4,233명(14.1%)에 달했다. 애견 관련 구직자가 아닌 사람이 60만원이 넘는 애완견 물품을 사거나 지원금으로 성형수술을 한 경우도 있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사용처를 제한한 것도 2016년 단란주점 사용 등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청년수당 정책의 경우 예산 심사권이 있는 서울시의회가 잡아줘야 하는데 민주당이 110석 중 102석을 장악하고 있어 문제”라며 “서울시민의 세금을 포퓰리즘 정책에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은 가장 절박한 분야에서 시작된 것으로 포퓰리즘이 아니라 리얼리즘”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세금 사용에 대한 우려가 많아 보완책을 향후 의견 수렴 과정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재현기자 세종=박준호기자 humblenes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