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희 ㈜두본 대표가 지난 22일 충북 청주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011170)과 복합첨가제 생산에 협력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국내 화학업체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외국 제품만을 써야 했을 겁니다.”이대희 ㈜두본 대표가 지난 22일 롯데케미칼과의 협력의 결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두본은 화학제품 생산에 쓰이는 다양한 첨가제를 혼합해 ‘원팩’ 제품으로 만드는 재료업체다. 두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첨가제 투입량이 일정하지 않아 애를 먹던 석유화학업체들이 두본 제품을 사용하며 연간 800억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두본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업체는 롯데케미칼이다. 이 대표는 “원재료를 테스트할 때 필요한 장비 하나 값이 수억원에 달해 비치하기 어려운데 대전의 롯데케미칼 연구소가 실험기기를 흔쾌히 오픈해줬다”며 “10여년 전 롯데케미칼이 우리 제품을 쓴 뒤로 국내 점유율이 급격히 늘었고 해외에서도 ‘입소문 영업’이 돼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본이 위기에 빠졌을 때도 롯데케미칼이 손을 내밀어줬다. 이 대표는 “롯데케미칼이 ‘기술력 있는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나서준 덕분에 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고 살아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롯데케미칼은 두본이 생산라인을 확장하는 데 리스 방식으로 설비비를 대여해 사업 확장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두본은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케미칼타이탄으로부터 현지 공장 주변 토지 약 1만3,000㎡(약 4,000평)를 임차해 말레이시아 공장을 짓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동남아는 세계에서 화학제품 수요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이 대표는 “말레이시아 문화와 법을 모르는 중소기업이 현지 공장을 지으려면 허가 자체가 안 난다”면서 “현지 법률 상담 등을 미끼로 중소기업에 사기 치는 업체들도 많은데 해외 진출과 관련해 롯데케미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도 두본 제품을 현지에 조달하기 위한 물류·통관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이득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 주문을 넣을 때는 용도를 알려주지 않은 채로 코드명과 레시피만 보내니 기술 노하우가 보호되는 장점도 있다”며 “롯데케미칼 덕분에 우리 회사에 납품하는 다른 국내 중소기업의 원료들도 국산화가 될 수 있었던 만큼 많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힘써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충북 청주에 위치한 ㈜두본의 복합첨가제 생산시설 /박효정기자
㈜두본에서 생산하는 복합첨가제 ‘폴리녹스’ /박효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