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혐의 전면 부인했는데 법원은 "범죄 상당부분 소명"… 정경심의 완패

혐의 2개인 증거인멸 부분은 발부 사유로 직접 거론
정 교수 측 "건강상태 구속 감내 못해" 논리도 외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성형주기자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24일 전격 구속되면서 정 교수가 사법부의 중간 판단 단계에서 완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혐의를 모두 부인했는데도 증거인멸 혐의점 등을 법원에서 사실상 인정했기 때문이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0시18분께 정 교수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됐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앞서 2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50분까지 무려 6시간50분에 걸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 교수 측은 법정에서 검찰이 제기한 11개 혐의가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변호사는 심문 직후 “11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며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이 법리적으로 무죄라는 것을 법정에서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심문 과정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한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6)씨 등 다른 관계자와는 조금 다른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구속은 피했지만 조 전 장관 동생인 조모(52)씨 역시 지난 8일 심문을 아예 포기하며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궁극적으로 정 교수의 혐의 전면 부인 전략은 송 부장판사에게 전혀 통하지 않은 실패 작전으로 끝났다. 송 부장판사는 정 교수 측의 완전 무죄 주장에도 “범죄혐의의 상당 부분이 소명됐다”며 검찰 측 수사 성과를 인정했다.

송 부장판사가 영장 발부 사유에 “현재까지 수사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거론한 부분도 주목할 대목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제기한 정 교수의 11개 혐의 중 2개(증거은닉교사, 증거위조교사)가 바로 이 증거인멸과 관련된 혐의이기 때문이다. 송 부장판사가 심문 과정에서 정 교수의 증거인멸 범죄사실을 검찰이 제대로 입증했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구속 판단의 최대 변수로 지목됐던 정 교수의 건강 문제에 관해서도 “구속을 감내하기엔 건강 상태가 충분히 어려울 수 있다”는 정 교수 측 주장을 송 부장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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